일화 옛주인 품에 돌아간다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통일그룹 최종선정

“부도낸 기업이 부실 털고 인수” 논란도


법정관리 중인 일화(대표 박상규)가 통일그룹에 다시 매각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삼일회계법인 등이 실시한 법정관리기업 일화의 공개경쟁 입찰에서 통일교재단(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하는 변경계획안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부도가 발생, 99년 1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일화는 부도 이후 6년여 만에 다시 주인을 맞게 돼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통일그룹은 원래 일화의 옛 주인이어서 6년 만에 다시 회사를 되찾게 되는 셈이다. 입찰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다시 원래의 주인이 매입하기는 사상 유례없었던 일이다. 통일그룹은 특히 법정관리 중인 일화를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인수, 부실채권 등을 한꺼번에 털어버릴 경우 일화는 ‘클린 컴퍼니’로 변모해 도덕성 시비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한 일화의 공개입찰에서 통일교재단은 10여개 인수희망 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응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일화의 매각가격은 26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보리탄산음료 ‘맥콜’로 유명한 일화의 연간 매출은 870억~950억원 선으로 매출 규모는 크지만 총 채권 규모가 400억원 선을 넘어서고, 특히 공익차입금이 200억원 선으로 많기 때문에 매각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우선협상자가 최종 선정됨에 따라 오는 19일 1차로 채권자 관계인집회를 열고 부채에 대한 변제비율 등을 협의,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법원은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게 되면 변경된 정리계획안을 인가하게 된다. 이후 일화는 감자를 실시하고 회사채 등을 발행,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해 이르면 다음달 말께는 기업을 정상화하게 된다. 그럴 경우 3월께는 일화의 법정관리가 6년여 만에 완전히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화의 이같은 인수ㆍ합병(M&A) 작업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다시 옛 주인이 매입한다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다”면서 “일화가 법정관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클린 컴퍼니’가 되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게 되면 다시 유명 식품 및 제약 전문업체로 도약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맥콜’로 유명했던 일화는 한때 맥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약, 주택사업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왔다. 90년대 중반부터 맥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맥콜의 후속타로 선보인‘맥’ 음료의 판매 부진과 자금난이 겹쳐 지난 98년 7월 최종부도처리됐다. 이후 일화는 퇴출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보유 부동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채무변제 기간이 유예될 경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99년 1월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받았다.

일화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한계사업부문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법정관리 1년 만에 경상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정상화에 힘써왔다. 지난 2003년에는 매출이 88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870억원 선을 넘어섰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98년 매출은 520억원에 불과했다.

최교서ㆍ신소연 기자(choice@heraldm.com)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