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전문 법무법인인 한누리에는 지난주부터 소액주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사들이 잇따라 퇴출 위기에 놓이자 소액주주들이 금전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변호사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이 4000억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 퇴출이 우려되는 네오세미테크 주주들은 모임을 결성하고 이번주 한누리를 방문해 집단소송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한누리의 전영준 변호사는 "과거 사업연도에 감사를 소홀하게 한 회계법인들은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어 케이스별로 면밀하게 살펴 집단소송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퇴출대란이 집단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회계법인들이 떨고 있다. 감사의견이 거절된 상장사들은 분식 가능성이 높아 과거 사업연도에 적정의견을 냈던 회계법인들로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12월 결산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로 퇴출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유가증권 상장사 9개사,코스닥 25개사 등 34개사에 달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퇴출에 대비해 잇따라 주주협의회를 설립하고 집단소송에 나설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주주모임이 상장폐지를 저지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거나 직접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대다수가 경영진이나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통상 집단소송 대상은 회사나 경영진이지만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도 배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실질적으로 부실감사 혐의가 있는 회계법인이 집단소송 대상이 된다"며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분식이 있었다고 할 때 그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들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에 감사의견이 거절된 34개사 가운데 14개사는 지난해 사업연도의 외부감사인이 그 전 사업연도와 비교할 때 교체된 것으로 나타나 책임 공방이 심화될 전망이다. 퇴출 위기를 맞은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2009 사업연도에 대주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했지만 우회상장 전 비상장이었을 당시 인덕회계법인이 적정 의견을 제시했었다.

주주 모임은 인덕회계법인의 감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와 함께 지난해 우회상장 과정에서 작성된 합병신고서에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합병신고서를 작성한 신정회계법인 측은 "외부감사는 과거 자료를 평가하지만 합병 평가는 합당한 근거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 회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회계법인들은 과거 적정의견을 제시했던 외부감사 기업 검토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코스닥 기업 감사는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엄격하게 진행하더라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에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들의 외부감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강현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