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일가 사익편취 세부지침 윤곽

2019-10-11 10:46:46 게재

처벌 가이드라인 마련

이르면 내달 지침 확정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 행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심사지침이 마련된다. 효율·보안·긴급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규정' 처벌 제외 사유의 세부 기준이 연구 용역을 통해 제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이르면 내달 사익편취 심사지침을 확정,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특히 용역결과에는 무역 보복 상황을 사익편취의 예외로 인정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도 포함, 눈길을 끌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 서정 변호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영수 교수 등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안'을 발표했다. 공정위가 심사지침을 확정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물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금지'는 공정거래법 23조2에 규정된 내용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합계 5조원 이상) 총수(동일인)가 회사를 동원해 자신이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2013년 8월 시행돼 현재까지 현대·한진·하이트진로·효성·대림·태광 등 6개 기업이 이 규정을 위반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가이드라인 수준으로만 존재해 기준이 불분명했다.

현행 법령은△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으로 나눠 규제하고 있다. 다만 사익편취 거래행위로 보이더라도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이 성립한다면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용역은 법령이 제시한 처벌 범위에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사업 효율을 위한 내부거래는 제품 특성상 계열사 부품·소재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 등이 인정될 경우 허용된다.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핵심기술이나 국가안보상 비밀 등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면 보안상 내부거래가 가능하다. 천재지변이나 외국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핵심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에는 긴급성을 사유로 한 내부거래가 인정된다. 이는 지난달 정부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바 있다.

심사지침안은 이 밖에 심사면제기준의 용어의 뜻을 명확히 했다. 정상가 대비 7% 미만이고 해당연도 거래총액 50억원 미만인 거래는 법적용을 면제하는데, 이 거래총액을 문제성 거래 규모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거래 규모를 포함해 봐야 한다는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날 제시된 심사지침안을 토대로 내부와 학계·재계 등 외부 의견을 반영해 이달 안으로 공정위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와 관련한 일관된 집행기준을 제시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