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 형평법원,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실질적 독립성에 방점을 둔 판결 내려

   조회수. 3150
등록일. 2016.11.23   


1479872476100.png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이 재차 중소 저축은행 간 합병 비율에 불만을 표시하며 주식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한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당사자들 간 결정된 합병가액에 기본적인 신뢰를 보이던 델라웨어 주 법원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 동일 지배주주를 둔 회사간 합병에 있어 평가가액 산정과정에서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시장주가에 기초하여 합의된 합병가액 조차 평가과정의 독립성을 문제삼아 배척함으로써 미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Dell 판결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배주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F&M과 NexTier의 합병 과정

이 사건 합병 당사회사인 Farmers & Merchants Bancorp of Western Pennsylvania(F&M)와 NexTier는 2011년까지만 해도 같은 주에 위치해 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으나 2011년 들어 F&M의 지배주주였던 Snyder가가 NexTier를 인수하면서 동일 지배주주를 둔 관계회사가 되었다.

NexTier를 인수한 Snyder가는 2013년부터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하였는데,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목적 하에 델라웨어 법상 요구되는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3인으로 구성된 특별 위원회의 위원 중 무려 2명이 Snyder가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어 있었다는 점이 재판 과정 중 드러났다. 한 명은 F&M의 임원이면서 Snyder가와 여러 투자사업에 공동투자자로서 투자한 경험이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Snyder가에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특별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Snyder가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위원 2명은 위원회 활동기간 내내 Snyder가에 평가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기도 하고, Snyder가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분비율을 보유한 NexTier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평가기관을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Snyder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결국 F&M과 NexTier의 합병가격으로 각각 주당 83 달러와 주당 180 달러, 즉 2.17:1의 비율을 공정한 합병비율이라고 보고하였다. F&M의 주주들은 주당 83달러가 F&M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주식매수가액 결정을 위한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번에 그에 대한 결정이 난 것이다.

델라웨어 법원의 판단 – 산정된 합병가액을 배척한 채 재량에 따른 소득접근모델 적용

회사측은 합리적 시장 참가자들 간에 공정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합병가액이 해당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가장 잘 표창한다고 결정해왔던 다수 델라웨어 주 판례에 기대어 이 사건에서도 특별위원회가 결정한 가액이 공정한 가치라고 주장하였으나, Bouchard 판사는 재판을 통해 드러난 특별위원회 위원의 구성 및 위원들의 편향적인 행동들에 더하여 당해 합병가액이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간에 벌인 경쟁을 통해 산출된 가격이 아니라 단 하나의 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F&M의 평가가격 주당 83달러가 공정한 시장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결국, Bouchard 판사는 합병비율 산정의 기초가 된 F&M의 합병가액 주당 83달러가 신뢰할만한 공정가치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쌍방이 내세운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소득접근모델1)에 의존하여 가격을 산정하였다. 더 나아가, 단순히 쌍방이 주장하는 할인모형 결과 중 어느 하나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각 모형의 가정에 가중치를 두어 여러 가지 변수를 재량껏 판단한 뒤 두 가지 가정에 따라 모형을 산출하고 그 평균치를 공정한 주식매수가격으로 산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사측 제시가격인 83 달러에서 10.7% 증액된 91.9 달러를 F&M의 공정한 주식가치로 결정하였다.

동일 지배 주주 하에서의 독립성 문제

이번 판결은 법상 요구되는 형식적 조건을 만족시키더라도 실질적인 독립성 요건이 만족되지 못했을 때 그 과정에서 산출된 가치를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보편타당한 법원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동일인을 지배주주로 두고 있는 관계회사간의 합병에서 이러한 독립성 이슈는 항상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최근 KB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을 완료한 KB금융지주는 그 과정에서 현대상선 및 현정은 회장으로부터 현대증권 대주주 지분을 인수함과 동시에 현대증권 이사진을 개편한 뒤 현대증권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하였는데 그 매입가격이 현대상선으로부터 매입한 가격의 1/4 수준에 불과하여 자사주 매매과정에 있어서의 공정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이사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형태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이 사건과 소송의 형식은 다르지만, 동일 지배주주 하에서의 독립된 의사 결정이 있었느냐가 주된 이슈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유사하다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법원이 종국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1)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고측 전문가가 사용한 방식은 Discounted Net Income Analysis (순이익할인법) 이었고, 피고측 전문가가 사용한 방식은 Discounted Future Benefits Analysis (미래이익할인법) 이었으나, 법원은 두 방식에 큰 차이점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