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코너】 정직원 아닌 업무보조자 범법행위 / 사전예방 못한 증권사에 책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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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4.08.13


정식 채용직원이 아닌 업무보조자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도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하나.

ㄱ증권사 천안지점은 증시 활황으로 갑자기 업무가 폭주하자 지점에 상시 출입하는 고객이었던 나길동씨에게 투자상담과 주식 매도.매수 주문받기 등 업무를 맡겼다.

그런데 최근 나씨는 아무 연락도 없이 결근하기 시작했고, 곧 그동안 검찰이 수사해온 H상사의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씨는 지점 업무를 보조하면서 고객의 계좌를 활용해 작전세력과 함께 주가조작에 관여해 온 것이다. 나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고 검찰은 ㄱ증권사에 대해 증권거래법 제215조의 양벌규정(임직원이 범법행위를 하였을 경우 회사도 처벌받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벌금 1억원의 약식기소를 했다.

ㄱ증권사는 민사상 책임을 지는 일은 감수한다 하더라도 정식 임원이나 직원도 아닌 나씨의 범법행위 때문에 형사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청구로 이를 다투려 한다.

이럴 경우 과연 ㄱ증권사가 형사책임까지 져야 할까.

증권거래법 제215조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증권거래법상 범법행위를 했을 경우 행위자 외에 법인이나 개인에 대해서도 해당 범죄에 따른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법인의 사용인이나 종업원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그 법인과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한 자를 말한다.

그러나 ㄱ증권사 천안지점은 비록 나씨를 정식으로 채용한 것은 아니나 나씨가 다른 정식직원들과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 사실상 직원으로 행세해 왔으며 지점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승인하거나 묵인해왔다.

증권거래법은 업무보조자의 범법행위를 방조하거나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업무 주체의 형사상 연대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그 취지에 비춰 볼 때 정식 고용계약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ㄱ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겨레 99. 10. 4.
김주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