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 요구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를 받거나 공정위에 신고를 한 사업자는 해당 사건에 관하여 공정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열람∙복사하여 자신에 대한 혐의를 방어하거나 신고내용을 보강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근래 들어 공정위 사건처리절차에서 피심인이 열람∙복사요구권 등 자신의 방어권을 침해받았음을 이유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경우나, 그 전 단계에서부터 열람∙복사거부처분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도 공정위 사건자료의 입수가 어려워 민사소송 등을 통한 피해구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최근 당사자의 열람∙복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공정위가 수집한 자료에는 제3자의 영업비밀이나 자진신고 자료 등 민감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어서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열람∙복사 요구를 무한정 들어주기 곤란한 측면도 있다. 이하에서는 실무상 문제가 되는 공정위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 요구권 행사의 요건과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관련규정
당사자 등의 자료열람∙복사요구권에 관한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1999. 2. 5. 신설된 이래 그대로 유지되다가 지난 2020. 5. 19. 개정되어 2021. 5. 20.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52조의 2 |
개정 공정거래법 제52조의 2 |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료를 제출한 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
당사자 또는 신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법에 따른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라야 한다.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영업비밀 자료 2. 제22조의2제3항에 따른 자진신고와 관련된 자료 3. 다른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 |
열람∙복사의 권리자
현행 공정거래법은 열람∙복사 요구의 주체를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공정위의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절차규칙’) 제29조의2에서는 그 주체를 단순히 ‘피심인’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실무상 피심인 이외에 신고인 등 다른 이해관계자가 열람요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절차규칙의 규정이 공정거래법이 허용한 권리자의 범위를 줄이는 것으로 해석이 되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개정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당사자 또는 신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라고 규정하였고, 공정위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안)은 당해 사건의 당사자, 신고자 외에 공정거래법 제56조(손해배상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자(소송 계속 중인 경우로 한정)를 권리자로 규정하였는데,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범위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열람∙복사 요구권의 대상을 ‘처분과 관련된 자료’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절차규칙 제29조의2는 열람∙복사 신청 대상을 ‘피심인에게 공개하지 아니한 (심사보고서) 첨부자료’로 좁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보고서에 첨부되지 아니한 자료는 처분과 관련된 자료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제29조의2(심사보고서의 첨부자료 열람·복사등) ① 피심인은 제29조(심사보고서의 작성·제출 및 송부) 제12항에 따라 심사관이 피심인에게 공개하지 아니한 첨부자료를 특정하여 위원회에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주심위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열람∙복사신청이 있는 때에는 피심인이 특정한 첨부자료가 제29조(심사보고서의 작성·제출 및 송부) 제12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열람∙복사 허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③ 피심인은 심사보고서 및 첨부자료 복사물을 목적 외 사용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공개 또는 기타의 행위를 함으로써 위원회의 심의절차를 방해하거나 자료제출자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
그런데 심사보고서에 첨부된 대부분의 자료는 피심인 행위의 위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심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공정위가 조사과정에서 입수하였으나 심사보고서에 첨부하지 않은 자료에는 피심인의 법 위반사실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거나 보는 시각에 따라 그 평가가 나뉠 수 있는 자료 등 피심인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처분과 관련된 자료’를 심사보고서에 첨부된 자료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2020. 8. 27. 선고 2020누37644 판결(2020. 9. 11. 상고기간 도과로 확정)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에게 일반 행정절차보다 강화된 절차적 보장을 제공하려는 관련 법령의 취지, 행정절차법 제3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제3조 제1호는 행정절차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할 수 있는 문서의 범위를 행정기관이 접수한 모든 문서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52조의2에서 정한 열람, 복사 요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과 관련된 자료'는 심사보고서의 첨부된 자료에 포함된 자료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 또 다른 하급심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8. 19. 선고 2020누34010 판결(2020. 9. 11. 상고기간 도과로 확정)도 위 ‘처분과 관련된 자료’가 “절차규칙 제29조 제10항이 규정한 ‘심사보고서와 그 첨부자료의 목록 및 첨부자료’에 한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판시하였다.
열람∙복사 거부의 사유
현행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열람∙복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영업비밀 자료, 자진신고와 관련된 자료, 기타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자료 열람∙복사를 허용하도록 하여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다 강화하였다. 당사자의 열람∙복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5두44028 판결은 공정거래법에 대하여 행정절차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공정위 의결절차상 인정되는 절차적 보장의 정도가 일반 행정절차보다 더 강화되어 있기 때문이고, 공정거래법 제52조의2의 규정 취지를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살펴보면 공정위는 적어도 심의절차에서는 다른 법령에 따라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심인의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열람∙복사에 대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보면서, 절차규칙 제29조 제12항의 영업비밀 등에 해당하여 첨부자료의 열람∙복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첨부자료의 열람∙복사를 거부함으로써 보호되는 이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피심인의 방어권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위와 같이 대법원은 절차규칙 제29조 제12항의 영업비밀 및 사생활 비밀의 보호, 자진신고와 관련된 자료,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한 비공개 자료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고 첨부자료의 열람∙복사를 거부함으로써 보호되는 이익과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피심인의 방어권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는데, 사생활 비밀 보호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들이 모두 위 개정 법률조항에 규정된 점을 고려하면, 위 판결의 법리는 개정 법률조항 하에서 열람∙복사 허용 여부를 검토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공정위 조사단계에서 수집된 자료가 피심인 및 신고인 등에게 적절한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공개된다면 행정절차 단계에서부터 피심인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원활한 피해구제도 가능하게 되어 쟁송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을 막고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계기로 피심인의 방어권을 확대하고 공정위 조사의 적법절차를 강화하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강지연 변호사 jykang@hnrlaw.co.kr】
- 이전글공정거래 관련 법위반행위 신고에 대한 각종 지원(포상) 제도 소개 (1) 21.03.05
- 다음글애플의 경쟁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해외의 동향 및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 2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