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종목 선행매매로 거액의 이득을 챙긴 증권방송 전문가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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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7.04   


자신이 추천한 대선 테마주종목의 선행매매 (자기가 추천하거나 펀드에 편입할 종목을 미리 사는 행위)로 거액의 이득을 챙긴 증권방송 전문가가 지난 6. 13.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3. 7.에는 증권방송에 출연해 특정 주식을 추천,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경제TV PD와 증권 전문가, 증권 투자자들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비슷한 사안인 이번 사건에 무죄판결이 내려진 까닭은 무엇이고 이번 판결의 배후에 어떠한 제도적 결함이 있는 것일까.

서울중앙지법 제30형사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지난 6. 13. 방송에서 추천할 종목을 저가에 미리 매수하여 둔 다음 H경제TV에 출연하여 위와 같은 주식매수사실을 숨기고 그 종목을 추천한 후 주가가 오르면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되파는 수법으로 36억원 이상의 이득을 챙긴 증권방송전문가 전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모씨가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바른손 주식을 매수한 후 매수한 수량을 모두 매도하기 전까지의 자신의 매수 사실을 공개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H경제TV 정규방송인 ‘대박파트너스’ 방송에 출연하여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을 한 사실, H경제TV 정규방송인 ‘굿모닝 투자의 아침’ 방송 중 ‘레인보우 포트폴리오’에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종목을 편입시켜 놓았던 사실, H경제TV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와우넷’에서 운영하는 자신의 유료 인터넷 증권방송의 제목에 위 각 종목을 기재하여 놓았던 사실은 모두 인정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전모씨가 자신의 주식 매수 사실을 정규방송의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전모씨와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관하여는 자본시장법 제71조 제2호와 같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조사분석자료의 공표를 전후하여 자기의 계산으로 조사분석자료의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 규정이 없고, 자본시장법 제71조 제1호, 제98조 제1항, 제108조 제1호와 같이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자판단에 관한 자문 또는 매매 의사를 결정한 후 이를 실행하기 전에 그 금융투자상품을 자기의 계산으로 매매하거나 제삼자에게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 규정도 없으며, 피고인과 H경제TV 사이의 계약 또는 H경제TV의 내부 규정에도 매수한 종목의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매수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정규방송의 시청자들은 불특정 다수인으로서 전모씨와 사이에 아무런 거래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전모씨에 대하여 자신의 매수 사실에 대한 고지를 요구하는 다른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전모씨가 정규방송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주식 매수 사실을 고지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법원은 전모씨가 자신이 이미 주식을 매수한 행위와 매수한 종목을 추천하는 행위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어 그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전모씨가 다른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하였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고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하여 매수 후 추천 행위 등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 규정 또는 영업행위 규제에 관한 내부적 규정조차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전모씨의 위와 같은 행위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전모씨의 선행매매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를 하여 아직 상급심의 판단을 앞두고 있지만 증권방송전문가의 선행매매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첫째는 증권방송전문가와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하여 투자자문업자에 준하는 행위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현행 자본시장법의 맹점이고, 둘째는 증권방송 출연자에게 청취자들에 대한 이해상충관계 고지의무를 법적인 의무가 아닌 단순히 도의적인 의무로 보는 법원의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투자자문업'을 “금융투자상품 등의 가치 또는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판단에 관한 자문에 응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여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실질적으로 투자자문을 업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막상 “투자자문업자”를 비롯한 금융투자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여 이를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여 (제8조) 등록을 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는 자는 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기는 하지만 투자자문업자로서 금지되는 행위를 행하는데 따른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야기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 1940년 투자자문업법(Investment Advisors Act)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직접 또는 출판물 등을 통해 투자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증권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 사람’은 등록여부에 상관없이 투자자문업자로 의율되도록 규정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이 이와 같이 금융투자업자의 개념을 등록된 금융투자업자에 한정한 것은 금융감독당국이 제도권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감독에만 치중하고 제도 밖의 무인가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감독을 꺼리는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본시장법의 이런 맹점은 앞으로도 무인가 금융투자업자에 의한 투자자피해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양산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김주영 변호사 jyki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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