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 직전 증권사들의 공매도,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전형적 내부자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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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6.01.05   


1451968098837.jpg 지난 12. 7.자 한국경제에 따르면 블록딜 직전 헤지(hedge)라는 미명하에 관행적으로 행해져오던 공매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드디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블록딜이란 과연 무엇이고, 이번 금융감독원의 조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도자가 자신의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증권사 내의 K-Blox라는 별도의 체결라인을 통해 주식을 넘기는 거래를 의미한다. 시장에서 일반 매매와 함께 대량매매가 일어날 경우 주가의 급등락 및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마련된 제도이다. 사전 협의된 가격과 물량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량 매매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점차 그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 급변 없이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일반투자자는 거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블록딜의 특성을 악용할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예컨데, 시세조종을 통해 보유주식의 주가를 상승시킨 후 주가의 하락없이 대량으로 물량을 처분하거나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인지한 대주주 등이 대규모 물량을 신속히 처분하고자 할 때 블록딜은 상당히 유용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의 한 방법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감독원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블록딜 관련 거래는 블록딜을 출구전략으로 이용하는 당사자의 행위를 문제삼기 보다는 블록딜의 내부자로서 참여하는 증권사의 행위를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사례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블록딜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전에 서로 거래 의사를 밝히고 증권사를 선정하여 거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매수자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자가 주간 증권사를 선정하여 수요예측을 하고 매수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증권사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블록딜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관련 정보를 인지·습득하게 되는데, 이러한 블록딜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는 그 자체가 투자에 있어 중요한 정보가 된다.

비록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블록딜 제도가 마련됐지만, 실제 블록딜이 이루어진 이후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띄게 되는데, 최근 이루어진 몇몇 블록딜 사례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특정 종목에 대한 블록딜 정보를 인지하게 되면, 최소한 단기적으로 당해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리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당사자 외에 블록딜 거래에 가장 근접한 시장참여자로서 사전에 블록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증권사는 관련 종목을 미리 공매도하여 블록딜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이로부터 수익을 얻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증권사들은 이러한 공매도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단순히 헤지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헤지란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가격 변화에 따른 손실 회피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항변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증권의 대량취득·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당해 증권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신설된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역시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증권의 매매 등 여부 또는 매매 등의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함과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과 더불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위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그동안 증권사들이 블록딜 직전 자행해 온 공매도는 블록딜이라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할 것 있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음도 명확하다. 이번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와 이에 따른 조치의 내용이 주목된다.

[김성훈회계사 shkim@y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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