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濫訴)의 주범(主犯)-누가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가?
소액 다수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 지역주민, 투자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재계 쪽에서 들고 나오는 말이 바로 “남소의 우려”이다. 즉 소송이 함부로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의 도입 때도 그랬고 주주대표소송의 요건을 완화할 때도 그랬으며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남소주장의 가장 강력한 논거 중 하나가 민사소송건수의 급격한 증가를 보여주는 사법통계자료였다. 1980년에 12만 건이었던 민사본안 1심사건의 수가 2005년 112만 건으로 연평균 약 12%씩이나 증가한 것에서 보듯이 소송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소송이 남발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며 집단소송제의 도입 등은 이런 경향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소비자, 투자자, 지역주민 등 불특정다수의 시민들이 대개 무지하고 감정적이어서 별 근거 없이 소송을 남발하고 이로 인해서 선량한 기업들이 괴로움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도입된 이후 3년여가 지나도록 아직 단 한 건의 소송도 제기되지 아니한 현실은 그러한 남소의 주장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은 왜 증가해 왔는가? 현재의 우리 사법제도 하에서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자가 있을까? 현행 사법제도는 진정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며 누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가?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7년 6월 한국개발연구원의 김두열 연구원이 펴낸 정책연구자료 “경제성장을 위한 사법적 기반의 모색(1)-민사소송의 현황과 정책과제”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매우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연구자료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에는 약 112만 건의 민사본안 1심사건이 접수되었는데 그 73%에 해당하는 83만 건이 법인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체 법인원고사건의 81%에 해당하는 67만 건은 66개의 다송법인들이 제기한 사건들이라고 한다. 결국 전체 민사사건의 60%정도를 불과 66개의 다송법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법인들이 제기한 소송의 피고들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피고도 법인인 경우는 약 6%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자연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 하에서 소송의 일반적인 양상은 ‘법인이 원고가 되어 자연인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소액심판부는 주로 금융기관인 다송법인들이 제기한 채무불이행소송사건들로 사실상 점령된 상태이며 영세서민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왜 이런 경향이 발생하는 것일까? 법인은 고객들, 근로자들에 대한 정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다수 사건들을 어느 변호사에게 맡겨서 마치 “찍어내듯이” 소송을 걸 수 있다. 심지어는 법대 출신 직원을 지배인으로 선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송을 걸게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와 고객 간에 일임매매나 임의매매관련 분쟁이 있을 때 증권사가 아예 선수를 쳐서 고객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방어능력이 없는 고객은 지레 손을 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을 낸 것이 자동적으로 각하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 할부금융회사가 고객들의 동의 없이 금리를 올려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 경우 두 가지 종류의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할부금융사가 이자를 제대로 안 내는 고객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낸 고객들이 할부금융사를 상대로 이자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할부금융사는 소송을 쉽게 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소송을 면하기 위해 인상된 이자를 자발적으로 냈다. 반면 부당하게 낸 이자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은 피해액수가 소액이고 다수의 피해자들이 한데 뭉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대다수가 소송을 포기했고 아주 극소수만 힘든 법정투쟁을 통해 권리를 찾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남소(濫訴)가 문제된다면 그 주범(主犯)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 지역주민, 투자자 등 불특정다수의 피해자들이 용이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결국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힘이 있는 쪽 (법인 또는 기업)이 힘없는 쪽 (자연인 혹은 시민)에 대한 힘의 행사를 도와주는 제도일 뿐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은 왜 증가해 왔는가? 현재의 우리 사법제도 하에서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자가 있을까? 현행 사법제도는 진정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며 누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가?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7년 6월 한국개발연구원의 김두열 연구원이 펴낸 정책연구자료 “경제성장을 위한 사법적 기반의 모색(1)-민사소송의 현황과 정책과제”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매우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연구자료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에는 약 112만 건의 민사본안 1심사건이 접수되었는데 그 73%에 해당하는 83만 건이 법인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체 법인원고사건의 81%에 해당하는 67만 건은 66개의 다송법인들이 제기한 사건들이라고 한다. 결국 전체 민사사건의 60%정도를 불과 66개의 다송법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법인들이 제기한 소송의 피고들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피고도 법인인 경우는 약 6%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자연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 하에서 소송의 일반적인 양상은 ‘법인이 원고가 되어 자연인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소액심판부는 주로 금융기관인 다송법인들이 제기한 채무불이행소송사건들로 사실상 점령된 상태이며 영세서민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왜 이런 경향이 발생하는 것일까? 법인은 고객들, 근로자들에 대한 정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다수 사건들을 어느 변호사에게 맡겨서 마치 “찍어내듯이” 소송을 걸 수 있다. 심지어는 법대 출신 직원을 지배인으로 선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송을 걸게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와 고객 간에 일임매매나 임의매매관련 분쟁이 있을 때 증권사가 아예 선수를 쳐서 고객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방어능력이 없는 고객은 지레 손을 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을 낸 것이 자동적으로 각하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 할부금융회사가 고객들의 동의 없이 금리를 올려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 경우 두 가지 종류의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할부금융사가 이자를 제대로 안 내는 고객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낸 고객들이 할부금융사를 상대로 이자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할부금융사는 소송을 쉽게 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소송을 면하기 위해 인상된 이자를 자발적으로 냈다. 반면 부당하게 낸 이자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은 피해액수가 소액이고 다수의 피해자들이 한데 뭉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대다수가 소송을 포기했고 아주 극소수만 힘든 법정투쟁을 통해 권리를 찾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남소(濫訴)가 문제된다면 그 주범(主犯)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 지역주민, 투자자 등 불특정다수의 피해자들이 용이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결국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힘이 있는 쪽 (법인 또는 기업)이 힘없는 쪽 (자연인 혹은 시민)에 대한 힘의 행사를 도와주는 제도일 뿐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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