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의 임상시험 실패,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로 이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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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12.21   


1545378242202.png 미국 제약회사 AVEO의 전 재무이사, 공시의무 위반으로 유죄판결 받아

지난 11. 20. 미국 제약회사 아베오(AVEO)의 전 CFO(재무이사)는 재직 중에 행하였던 임상시험 실패관련 공시 불이행을 이유로 보스톤 연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번 유죄판결은 2013년 미국 식약청(FDA)이 AVEO가 개발한 신장 암 치료 약물(Tivozanib)에 대한 안전성을 문제 삼아 재차 임상시험을 시행하라고 한 것과 관련한 것인데, AVEO가 최초 임상시험의 실패를 공시하지 않은 것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규정 위반 및 사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SEC는 임상시험의 재실시로 인하여 수십억 원의 회사 비용이 들고 신약의 최종 허가 시기도 늦춰지기 때문에 Tivozanib가 FDA의 최초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AVEO의 투자자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공시하지 아니한 AVEO와 몇몇 이사들을 공시위반 및 사기로 제소한 바 있다. 미국 연방법원의 유죄판결 이후 AVEO의 전 CFO는 근무하던 ImmunoGen의 CFO 직에서 불명예 퇴임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 1년 전인 2017년에는 AVEO와 몇몇 이사들이 Tivozanib의 불허가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회사의 주주들에게 배상금 15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바도 있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에게 시사하는 바

AVEO의 투자자들은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보를 포괄적으로 의무공시사항으로 보는 미국의 규정 덕분에 비교적 용이하게 피해를 배상을 받을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약회사가 AVEO 처럼 임상시험 실패를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및 이사들에 대한 제재가 가능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규제영역인 의무공시사항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거래소의 관할인 자율공시사항은 좀 더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이를 공시를 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는 않다. 다만 금융위원회 고시는 ‘거래소 공시사항 등의 진행·변경상황’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자율공시사항이더라도 이전에 회사가 자발적으로 호재성 정보를 공시하여 투자자에게 어떠한 신뢰를 심어주었는데 그 사항이 사후적으로 변경되었을 경우에는 그 변경내용을 의무적으로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즉 신약개발 단계에서 식약처 관장의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원칙적으로 자율공시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지만, 회사가 어떤 약물에 관하여 기존에 호재성 정보를 공시한 바 있다면, 그 약물의 임상시험 실패에 관련한 변경사항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시의무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임상시험 실패사실이 사후에 드러난 후 주가하락 등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이사들은 과징금,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향후 제도 개선이 미칠 영향

우리나라에서는 이전에 해당 약물관련 호재성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경우, 설령 사후적으로 임상시험이 실패했고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허위공시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하였고, 식약처와 법제처는 임상시험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본격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임상시험의 실패와 늑장공시로 인한 주가하락에 피해에 관하여 투자자들이 보다 용이하게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서영 변호사 sykim08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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