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아이폰관련 집단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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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3.06   


1551847883069.png 미국 전역에서 제기된 총 61건의 집단소송이 한 개의 소송으로 병합

2017년부터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 애플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 구형 아이폰을 고의적으로 느리게 만들었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총 61건의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복수관할구역 소송 사법위원회(Judicial Panel on Multidistrict Litigation)는 2018. 4. 4. 아이폰 성능 저하 관련 소송의 절반 이상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기되었기 때문에 심리 간소화와 집중화를 위해 다른 주에서 제기된 소송을 위 법원으로 이송·병합하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본안 전 심리 단계를 통해 쟁점이 정리되고, 원고 청구의 정당성이 판단되며, 원고 집단이 확정되기 때문에 위 병합된 소송(사건번호 18-md-02827 -EJD)은 아이폰 소송의 귀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하에서는 위 미국 소송의 주요 진행 사항을 살펴보자 한다.

원고측 청구원인의 정당성을 일응 인정한 미국 법원의 결정

병합된 미국 소송의 내용은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업데이트(iOS 10.2.1, iOS 11, iOS 11.2)를 통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켰고, 이를 알면서도 위 iOS 업데이트에 관하여 숨기거나 거짓으로 설명하여 iOS 업데이트가 아이폰 성능에 미칠 영향을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이와 같은 애플의 행위가 (1) 아이폰에 대한 재물손상(tresspass to chattels), (2) 컴퓨터시스템보호에 관한 연방법(Computer Fraud and Abuse Act) 위반, (3) 컴퓨터시스템보호에 관한 캘리포니아법(California Computer Data Access and Fraud Act) 위반, (4) 캘리포니아 소비자구제법(California Consumer Legal Remedies Act) 위반, (5) 캘리포니아 허위광고법(California False Advertising Law) 위반, 그리고 (6) 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법(California Unfair Competition Law) 위반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애플은 2018. 8. 9. 법원에 소기각신청(Motion To Dismiss)을 하면서, 위 여섯 개 쟁점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부당하며, 특히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에 대하여 캘리포니아 주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 집단에 포함되어 있는 외국인의 애플에 대한 청구는 인정될 수 없고, 아이폰 5와 아이패드 기기에서는 성능 저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 기기를 사용한 고객들은 원고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애플의 소기각신청에 대하여, 미국 법원은 2018. 10. 1. 원고들이 청구한 여섯 개의 쟁점 중 (1) 아이폰에 대한 재물손상, (2) 컴퓨터시스템보호에 관한 연방법 위반 및 (3) 컴퓨터시스템보호에 관한 캘리포니아법 위반에 대한 원고들 청구의 정당성을 인정하여 이를 기각하는 결정(Order to deny)을 내렸다. 위 결정은 피고인 애플이 아이폰 성능 저하 관련 사건이 종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판사를 설득하지 못하였다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곧이어 디스커버리 절차가 개시되어 본격적인 법적공방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위 미국 법원의 2018. 10. 1.자 결정은 우리나라에서의 아이폰 소송의 원고들에게 매우 유리한 내용이어서 고무적이다. 우선, 미국 소송에서의 (1) 아이폰에 대한 재물손상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우리나라 소송에서 첫 번째 청구원인으로 주장된 재물손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일치한다. 또한 미국 법원이 원고들의 (1) 청구와 함께 정당성을 인정한 (2) 컴퓨터시스템보호에 관한 연방법 위반 및 (3) 캘리포니아 주법 위반 청구는 정보통신시스템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 위반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위 결정은 아이폰 5와 아이패드를 집단소송의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재판부는 2018. 12. 4. 원고 집단에 포함된 외국인들이 애플의 캘리포니아 주법 위반에 따른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고려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여(Order granting {{236}} Motion for Leave to File motion for reconsideration, docket 246), 위 두 쟁점에 관하여는 원고들의 청구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불확실한 상황이다.


디스커버리 (증거개시) 절차가 본격 개시

위와 같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 소송에서 디스커버리 진행에 탄력이 붙었다. 디스커버리 절차는 당사자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이다. 이러한 디스커버리 제도는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에게 모든 증거자료가 편중된 집단 소송에서 대부분의 원고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원고가 소송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위 미국 소송에서 디스커버리 절차에 관하여 결정을 내리고 판사를 돕는 Special Discovery Master가 지정되었고(Hon. Rebecca J. Westerfield), 애플은 이미 원고들에게 2016. 10. 1.부터 2017. 12. 20.까지 기간의 아이폰 관련 서류 650만장을 전자저장장치로 제공하였다. 이와 더불어 Discovery Master는 애플에게 2013. 6. 1.부터 원고들이 병합된 소장을 제출한 날인 2018. 7. 2.까지의 아이폰 6에 관한 자료들을 원고들에게 제공하라고 명하였고, 아직 미국 아이폰 소송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 확정되지 않은 아이폰 5에 관한 자료들도 폐기하지 말고 보관할 것을 명하였다.(NOTICE by Rebecca Westerfield (Ret.) regarding Special Discovery Master’s Order No. 6, Docket 245).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에 시사하는 점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의 원고들은 미국의 아이폰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 절차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연방법{Title 28 of the United States Code Section 1782(a)}은 미국 외 타국 또는 국제 재판의 절차 진행에 사용될 용도로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위 조항은 (1) 이해당사자 또는 타국의 재판부가 (2) 현재 타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관하여 (3) 미국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디스커버리 절차를 개시할 것을 연방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타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당사자는 (1)에 해당하는 이해당사자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의 원고들은 미국 연방법원의 허가에 따라 미국 아이폰 소송의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공개된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이 때 연방법원에 애플에 대하여 새롭게 디스커버리를 개시할 것을 신청하여 허가를 받을 수도 있으나, 이미 미국 소송에서 같은 쟁점에 대하여 디스커버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에서 개시된 증거를 제공받을 것을 신청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위 허가를 받기 위하여 우리나라 소송절차에 참가한 원고들은 재판이 진행 중인 한국 법원에 미국에서 진행 중인 디스커버리에 따라 개시된 증거를 제공받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발송할 것을 신청하거나, 직접 애플이 소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에 따라 개시된 증거를 제공받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과거 위 조항에 따라 우리나라 형사사건에서 한국 국적 사람의 금융거래 기록에 관한 증거를 캘리포니아 소재 도쿄은행으로부터 입수하기 위하여 한국의 재판부가 미국 관련 정부기관에 미국의 디스커버리 절차를 요청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에서 디스커버리 허용 결정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적시에 증거를 현출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재판부를 통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 원고들이 직접 미국 법원에 미국 아이폰 소송의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개시된 정보를 제공받을 것을 신청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위 신청에 대한 미국 법원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법원이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수용할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승패가 가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위 절차에서 소송의 90%이상이 화해로 종결된다고 한다. 반면, 디스커버리 제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애플이 고의적인 아이폰 성능 저하 업데이트로 인하여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의 원고들과 미국의 집단소송에 참가한 원고들이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소송 절차에서의 증거확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아이폰 소송의 원고들이 정당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상욱 변호사 swpark@hnrlaw.co.kr / 김서영 변호사 sykim08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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