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능저하 업데이트관련 국내소송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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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3.06   


1551847259778.jpg 2017년 12월 하순에 터진 아이폰 업데이트 스캔들

현행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아래의 총 7개의 원칙과 각 원칙에 따른 세부 지침으로 구성되어있다.

2017년 12월 하순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은 아이폰 6, 6+, 6S, 6S+, SE, 7, 7+를 대상으로 배터리의 노후화에 따라 기기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iOS 10.2.1, IOS 11.3)를 사용자 몰래 적용해온 사실을 공식 인정하였다.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를 분노케 한 이른바 ‘아이폰 업데이트 스캔들(또는 배터리게이트)’이 터진 것이다. 스캔들이 확산되자 애플은 이례적으로 사과성명까지 발표하며 배터리교환비용 할인 등 보상안을 제시하였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하여 이스라엘, 프랑스, 호주 등 국가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었고,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 또한 법률사무소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애플이 자행한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아이폰 업데이트 스캔들이 발생한지 1년여가 흐른 지금, 법무법인 한누리(이하 ‘한누리’)가 63,767명의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리하여 수행하고 있는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간의 경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소송참여를 희망한 40만명 중 63,767명이 소제기

한누리는 이 사건 소송 제기에 앞서 구체적인 소송계획 및 소송참여조건을 확정하고자 2017. 12. 28.부터 2018. 1. 26.까지 한누리가 운영하는 ‘온라인소송닷컴’ 사이트를 통해 이 사건 소송에 대한 참여 희망자를 파악하였는데, 소송참여신청인원은 신청 접수 후 불과 25시간 만에 3만 4천 명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하여 결국 403,722명으로 최종집계 되었다.

이후 한누리는 2018. 1. 29.부터 2019. 3. 5.까지 약 한 달간 참여희망의사를 밝힌 인원을 대상으로 정식으로 소송위임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사건위임계약 체결 역시 ‘온라인 소송닷컴’ 사이트에서 이루어졌는데, 소송참여신청 때와는 달리 정식 위임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위임인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아이폰 사용자임을 증명하는 증빙서류도 제출받았다. 미성년자의 경우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법정대리인 동의서, 법정대리인 신분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사건위임계약서 등을 따로 이메일로 제출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2018. 3. 30. 한누리는 아이폰 고객 63,767명을 대리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본사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당초 소송참여희망을 밝힌 고객들이 총 403,722명에 달하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최종 원고 숫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엄격한 본인인증절차를 거쳐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아이폰 보유 및 사용사실에 관한 증빙서류를 제출받았던 것이 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소송은 우리나라 사법역사상 단일 소송 기준 최다 인원이 참여한 소송으로 알려져 있다.

한누리는 소장에서 이 사건을 ‘애플 측이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설치하면 일정한 환경 하에서 아이폰의 성능저하가 일어난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배터리결함의 은폐, 고객이탈방지, 후속모델의 판매촉진 등을 위해 문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획·제작한 다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배포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들은 문제의 업데이트를 설치·실행함으로써 보유하고 있는 아이폰의 성능이 저하되는 손상을 입게 된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애플 측의 행위는 (1) 타인 소유의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손괴행위인 동시에 (2)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지 말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 위반, (3)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도록 규정한 소비자기본법 제19조 제3항 위반에 해당하며, (4) 더 나아가 애플 측이 고객과 체결한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 및 하드웨어 보증계약에 부수하여 부담하는 신의칙상 설명의무 내지 고객보호의무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였다.

2018. 5. 2. 한누리는 애플본사에 대한 외국송달(영사송달)을 위해 법원에 소장 영문 번역본을 제출하고 보관금을 납부하였는데, 애플본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첫 번째 영사송달은 애플 측의 수취거부로 무산되었다. 2018. 7. 27.자 법원행정처의 영사송달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측은 소장에 첨부되어야 하는 원고 63,767명의 명단이 영문으로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취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유수의 다국적 기업인 애플 측이 영문 소장의 원고 명단 누락을 구실로 이 사건 소송의 개시를 위해 필수요건인 소장부본의 송달 자체를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애플 측이 의도적으로 재판 지연을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한누리는 영사송달에 포함될 소장 영문본에 6만여명에 이르는 원고들의 이름과 주소를 일일이 영문화하는 방식으로 원고 명단을 보충한 후 이를 재차 송달하도록 법원에 신청하였고, 위와 같이 소장 부본 등이 재송달되자 애플본사는 이 사건 소송을 대리할 소송대리인으로 (애플코리아와 동일한) 김&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하였다.


애플의 책임에 관한 공방의 시작 (애플의 답변, 그리고 미국에서의 판결을 토대로 한 원고측 변론)

2018. 10. 24. 애플본사는 이 사건 청구원인 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서(한편, 또 다른 피고인 애플코리아는 2018. 5. 16.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형식적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해명 또는 변명해온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하였는데, 리튬 배터리의 노화에 따라 예기치 않게 아이폰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 관리 기능을 포함한 iOS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한 것이므로, 이는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킨 것이 아닌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그러던 2018. 10.경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서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사건(이하 ‘미국 집단소송’)에 관하여 애플본사의 소기각신청(motion to dismiss)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들은 첫 번째 청구원인으로서 ‘원고들이 소유한 아이폰의 손상을 야기(손괴)한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미국 집단소송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두 번째 청구원인으로서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였는데, 미국 집단소송에서도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법에 유사한 연방 컴퓨터사기 및 남용법(federal Computer Fraud and Abuse Act)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이 주요한 두 가지 청구원인과 관련하여 미국 법원은 애플본사의 소기각신청을 기각하는 결정 (즉 원고들이 주장하는 청구원인이 적절함을 일응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한누리는 2019. 1. 3. 이 사건 소송과 사실관계와 쟁점이 공통되는 위 미국 집단소송 판결의 판시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애플 측이 원고들에 대하여 행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설치·실행 유도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법원의 ‘사건 쪼개기’

한편, 이 사건은 첫 변론기일이 2019. 1. 24. 10:00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2019. 1. 23. 법원에서 ‘사건분리를 위하여’ 변론기일을 추정(추후지정)시켜 놓은 상황이다. 이 사건이 63,000명이 넘는 다수당사자 소송인 관계로 법원이 전자적 송달 등을 함에 있어 기술적인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이와 같은 궁여지책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 사건은 현 전자소송 시스템상 수용 가능한 적정 원고수를 기준으로 몇 개의 사건으로 분리된 뒤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여러 건의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한 개의 사건을 여러 건으로 쪼개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법원의 전자소송 시스템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쟁점을 같이 하는 다수 원고들의 집단소송을 오히려 여러 건의 소송으로 쪼개는 것은 집단적 분쟁의 획일적 해결이라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이는 법원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은 물론 집단소송제의 시급한 도입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증거 제출과 관련한 애플 측의 오만한 태도

원고들은 2018. 12.경 법원에 애플 측이 소지하고 있는 문서의 취지와 증명할 사실을 개괄적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문서목록의 제출명령을 신청하였다. 문서목록제출명령(민사소송법 제346조)은 상대방이 어떠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문서를 특정하여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수 없을 때 먼저 법원에 상대방 당사자에 대해 문서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할 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이에 대하여 애플 측은 2019. 1. 21. 의견서 제출을 통해 원고들의 문서목록제출명령신청은 전형적인 모색적 증거수집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문서목록제출명령제도 자체가 증거를 가진 상대방에 대하여 소지하는 증거의 목록을 내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 조차 거부하는 것은 우리 사법제도의 흠결을 십분 악용한 애플의 오만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반면, 미국 집단소송에서는 증거개시제도 (디스커버리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애플측이 2016. 10. 1.부터 2017. 12. 20.까지 기간의 아이폰 관련 서류 650만장을 전자저장장치로 원고측에 제공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 애플 측은 문서목록 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2019. 1. 21.자 구석명 신청서를 통해 63,000명이 넘는 원고들 모두의 기기 모델, 일련번호, 구입시점, 구입처, 사용기간, 구입 당시 ios별 업데이트 내역, 구체적인 불편 내역, 배터리 교체 여부, 수리 내역 등을 입증방법과 함께 밝힐 것을 요구하였다. 이 또한 집단소송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악용하여 소송초기에 불특정다수의 원고들에게 입증이 어려운 부담을 요구함으로써 소송의지를 꺾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측이 자신들의 증거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원고들에게만 피해사실의 증명을 요구하는 현상황에 대해서 한국의 법원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계창 변호사 kccho@hnrlaw.co.kr】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