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L, 중요사항이 누락된 예측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배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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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11.04   


1572856383819.png 미국 컴퓨터 제조 및 판매 회사 DELL은 지난 9월 16일 회사가 중요한 정보를 숨겨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2,1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

위 사건 소장에 따르면, DELL은 아태지역, 일본,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에서 DELL PC 수요 감소로 인한 극심한 가격 경쟁 압박을 받고 결국에는 해당 지역에서 고마진의 프리미엄 PC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심각한 경영 부진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012년 2월 21일 보도자료 및 이와 관련한 전화 회의(conference call)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유럽 시장 상황이 좋아 확실한 성장이 기대 된다”,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관찰 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중요한 변동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라며 부정적인 시장 변화를 숨기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2012년 5월 22일 DELL은 2월 21일에 예측했던 수익보다 5억 달러 정도 적은 실제 분기 수익을 발표했고, 하루 만에 DELL의 주식가격은 17%나 하락하였다.

​ 위 소송에서 DELL 측은 소기각 신청(Motion to Dismiss)를 하면서, 2012년 2월 21일에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정보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 한 예측정보(forward-looking statement)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며, DELL의 이사들은 해당 정보를 공개할 때 투자자들을 속일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 주장들을 배척하고 소기각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Order to Deny Defendants’ Motion to Dismiss)을 내렸으며, 이에 원고 투자자들은 유리한 입장에서 위 배상 합의안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측정보에 대한 미국법 규정

미국법상 예측정보에 대한 규정은 1934년 증권거래법 및 1995년 미국 민사증권소송개혁법에 규정되어 있다. 위 법에 따르면, 증권의 발행자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정보인 예측정보를 기재하거나 구두로 이야기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정보 제공 당시 해당정보가 ‘예측정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었거나, 투자 판단에 중요하지 않은 내용인 경우, 또는 투자자가 이사의 악의(이사가 예측정보 공개 당시 해당 정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를 입증하지 못하는 때에는 위 예측정보의 기재 또는 발언으로 인한 회사나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 조항은 회사와 이사를 손해배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의미에서 Safe Harbor(안전한 항구) 조항이라고 불린다.

위 사건의 재판부는 소기각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문에서 원고인 투자자들이 피고 이사들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는 경우 고의악의가 입증될 수 있다고 하면서, DELL의 이사들이 심각하게 감소하는 고마진PC에 대한 수요, 이로 인해 늘어나는 재고, 경영부진 등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이 드러나므로, 예측정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내법상 예측정보 규정 및 시사점

국내에도 Safe Harbor 조항과 비슷한 규정이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이사 등은 미래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 등에 대한 예측 또는 전망에 관한 예측정보를 기재한 경우, 그 기재 또는 표시가 예측정보라는 사실 및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가 다를 수 있다는 주의문구 등이 밝혀져 있다면 해당 정보의 거짓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기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이사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거짓된 예측정보를 기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 소송에서 피고 회사 측이, 자신이 제공한 정보가 예측정보였다고 하며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 원고들은 이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DELL 소송에서는 원고인 투자자들이 DELL 내부의 보고서, 회의록 등 다양한 증거를 확보하여 이사들의 고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었으나, 국내 투자자소송에서는 많은 증거가 피고 회사에 편중되어 있고, 사실상 원고 투자자들은 이를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피고 회사 측의 예측정보 주장을 배척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예측정보의 정확성을 훼손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다는 점을 여러 공시된 자료로 증명할 수 있다면 피고 이사들의 예측정보 주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서영 변호사 sykim08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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