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가격 담합으로 집단소송 당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 줄줄이 배상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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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1.08   


1578466812664.jpg 지난 11월 미국 언론에 의하면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은 채권 가격 담합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수 천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지난 2월 투자은행들이 2009년부터 7년 동안 미국의 GSE(Government Sponsored Entity: 정부후원기업)인 Fannie Mae(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연방 저당권 협회) 및 Freddie Mac(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oration: 연방 주택융자 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 가격을 담합하여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골드만 삭스는 2천만 달러, 도이치 방크는 1천5백만 달러, 퍼스트 호라이즌 내셔널 코프는 1천450만 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한 것이다.

GSE(정부후원기업) 채권이란?

GSE는 미국 경제의 특정 분야에서의 신용 순환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워진 준정부 기관이다. 대표적인 GSE인 Fannie Mae과 Freddie Mac은 주택 매수 희망자들이 금융기관에서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주택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기관은 주택매수자에게 주택담보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기준을 충족하는 주택담보 채권을 매입하여 이를 주택저당채권(MBS: Mortgage-Backed Security) 형태로 증권화 해 자금을 조달하여 금융기관에 자금을 융통해 준다. GSE는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어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GSE 채권의 인수인이 되면 채권의 유통량과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지위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GSE 발행 채권의 인수인이 되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소수의 큰 투자회사들만 인수인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GSE 채권 거래는 투자자들이 직접 창구에 가서 담당직원을 대면하거나 담당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가격을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공개된 증권과 달리 가격 형성과정이 불투명하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국내에서도 증권사들이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의 가격을 담합한 사건이 있었다. 국민주택채권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부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서 부동산을 매수하여 부동산을 등기하려는 국민은 의무적으로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여야한다. 위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을 담합한 증권사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중 단 70여명의 투자자들만이 증권사들을 상대로 2천여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다고 한다. 이는 당초 언론보도에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4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도된 것에 비추어 보면, 극히 일부의 피해에 대해서만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의 GSE 채권가격 담합 사건은 독점금지법인 셔먼법 위반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되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효과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집단소송제도가 없어 해당 채권을 매수한 사람들을 일일이 모아 공동소송 방식으로 증권사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인당 피해액이 크지 않아 현실적으로 원고들을 모집하는 것이 어려워 소송 규모도 작고 실효성 있는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GSE 채권가격 담합 사건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의 대표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미국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소송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공정거래 분야를 비롯하여 집단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집단소송제도가 마련된다면 다수의 소액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구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서영 변호사 sykim08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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