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매매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선진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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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4.01   


지난 3. 24.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미국 투자회사가 국내 선물시장에서 ‘알고리즘 매매’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로 수백억원의 부당 이익을 올렸으며, 금융당국은 이런 사실을 수개월 전에 포착하고도 지금껏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이 인용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3일 “미국의 한 기관투자가가 최근 야간 선물시장에서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세조종으로 100억원대의 부당 이익을 올렸다”며 “이 기관투자가는 여전히 같은 방식의 매매기법을 동원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의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다.

과연 알고리즘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란 무엇이고 외국의 감독당국은 이러한 알고리즘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알고리즘 매매(algorithmic trading)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동매매기법을 말한다. 그리고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란 알고리즘 매매를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의 운용이 불공정거래행위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매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스웨덴 금융감독청(Finansinspektionen)이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알고리즘 매매와 고빈도 매매에 대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총 24개의 응답 기관 중 무려 22개 기관이 알고리즘 매매와 고빈도 매매와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시장에 존재한다고 답한바 있다. 당해 연구에서 조사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알고리즘 매매 기법은 대략 다음의 4가지이다.

(1) 매수/매도 주문을 조합하여 제출하는 등 시세조정목적으로 주문을 제출하는 행위(spoofing)
(2) 자신의 전략을 숨기거나 타인의 전략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주문을 제출하는 행위(quote stuffing)
(3) 공격적인 주문을 제출하여 기세를 촉발하거나 강화한 뒤 반대 전략을 취하는 행위(momentum ignition)
(4) 주문이 체결될 마지막 순간에 주문을 취소하는 행위(last second withdrawal)

우리나라에서 최근 문제된 사안은 해당 기관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에 대하여 매도주문을 낸 뒤 이를 다시 매수하는 수법으로, 수백/수천 초 분의 일의 시간 동안 초고빈도의 매수/매도 주문을 통해 거래량을 늘려 일반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준 뒤 보유한 물량을 시세보다 높게 매도하여 수익을 거두었다고 알려져 있다. 위 4가지 기법 중 (1)번, 즉 spoofing(호가조작) 기법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알고리즘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선진국의 감독당국은 일반적인 불공정거래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대처하고 있으며 어떤 알고리즘매매가 여러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경을 넘어서 복수의 감독기관이 각각 제재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 한 예로 팬더 에너지 트레이딩(Panther Energy Trading LLC)사건을 들 수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13. 7. 팬더 에너지 트레이딩과 그 트레이더 마이클 코샤(Michael Coscia)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알고리즘 매매를 활용하여 원유, 콩, 밀, 금리 등의 선물시세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백 8십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1년간 거래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팬더 에너지 트레이딩은 먼저 특정 선물에 대하여 시세보다 높게 매도주문을 제출한 뒤, 이어 그 가격에 사겠다는 매수주문을 무더기로 넣고, 대량 매수주문이 체결되기 직전 취소해 버리고, 시세를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수법으로 이익을 챙겼다. 2011. 8. 부터 11. 사이 4십만 건의 대량 주문을 제출하고, 무려 98%의 주문 취소율을 보였다고 하는데, 알고리즘 매매를 활용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팬더 에너지 트레이딩과 코샤의 알고리즘 매매는 시카고상품거래소 외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영국의 금융감독청(FCA) 역시 이를 불공정행위로 간주하여 9십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이 전에도 유사한 불공정거래행태를 보인 스위프트 트레이드(Swift Trade)에 8백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한 전적도 가지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알고리즘 매매 형식 자체는 합법적이지만, 시세 조정 목적으로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다’라고 언급하며 알고리즘 매매를 통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엄격한 재제를 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유사한 사례가 외국에서는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문제가 된 기관투자자의 알고리즘 매매에 대하여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수긍하기 어렵다. 해당 기관투자자는 ‘알고리즘 매매가 고의성이 전혀 없이 선물 거래에 수반되는 각종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설계된 선진 투자기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언급과 같이 어떠한 합법적인 투자기법도 그것이 불공정거래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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