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코너】증권사에 매매 지시땐 사실확인서 받아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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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4.08.13


영등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증권사 영업사원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중소전자회사인 A회사의 주식을 주당 2만원에 1천주를 구입했다. 그런데 영업사원의 말과는 달리 이 주식은 오르기는커녕 계속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시중에는 A사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불길한 풍문도 들려왔다. 김씨는 즉각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해서 더 이상 손실을 보기 싫으니 바로 팔라고 지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한 지 약 보름 뒤 A사는 부도처리되고 주식은 거의 휴짓조각이 되다시피 했다.

김씨는 당연히 A사 주식이 처분되었을 것으로 믿고 그저 확인만 해보려고 증권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아직 김씨가 A사의 주식을 1천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그 영업사원에게 항의했더니 엉뚱하게도 주가가 분명히 다시 오를 줄 믿고 안 팔았다고 변명한다.

이런 사례는 증권투자와 관련한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의매매 다툼의 한 형태다. 고객과 일반위탁거래 계약을 맺은 증권회사는 고객의 지시에 따라 거래를 체결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김씨는 고객의 지시를 무시한 증권사 영업사원뿐 아니라 그 증권회사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배상액수는 매각지시를 한 시점 이후에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입게 된 투자손실액이 될 것이다.

문제는 과연 김씨가 영업사원에게 주식을 팔라고 지시한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이다. 팔라고 지시할 당시의 전화통화를 녹음해 두었다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담당 영업직원으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아 두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는 가능한 한 빨리 증권사에 서한을 보내어 담당직원이 지시를 따르지 아니한 사실을 항의하고 지시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증권회사의 직원이 임의로 고객의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사실을 발견하고서도, 혹시나 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했다면 직원의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되어 손해를 전혀 배상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99년 5월 10일
김주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