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핼리버튼 회계부정사건에서 시장사기이론 재확인
지난 6. 23. 드디어 핼리버튼(Halliburton)의 회계부정사건에 대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딕체니 부통령이 운영했던 세계적인 유전탐사업체인 핼리버튼사의 회계부정을 다룬 이 사건은 ‘시장사기이론(fraud-on-the-market theory)’을 재검토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그 어떤 사건보다도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결국 연방대법원은 1988년 미 연방대법원이 공식인정한 이래 지난 26년간 증권집단소송에서 투자자들의 입증책임을 경감시키는 데 큰 역할 해온 시장사기이론을 재차 확인하면서 투자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미 증권법 상 Rule 10b-5에 기한 증권소송의 요건 중 하나로, 원고는 피고가 중요한 사실에 대해 허위표시 또는 누락을 하였고 원고가 이를 신뢰하여 거래하였다는 ‘거래인과관계’를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대면적 거래에 속하는 거래소 시장에서의 매매에서 원고가 피고의 행위를 신뢰하고 매매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특히 공통성 요건을 필요로 하는 증권집단소송에서 이러한 요구조건은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1988년 Basic v. Levinson(485 U.S. 224) 판결에서 해결되었는데, 당시 연방대법원은 상장주식시장과 같이 효율적 시장에서 허위표시가 있는 경우 증권의 시장가격은 그러한 허위표시를 반영한 가격이며 따라서 증권을 거래한 자는 당해 표시를 신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그 전까지 하급심 수준에서 논의되던 시장사기이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투자자들의 입증부담을 크게 완화하였다.
석면(asbestos) 관련 소송비용 과소계상, 합병으로 인한 이익 과대계상, 건설공사수익 과대계상 등을 문제삼으며 제기된 핼리버튼 회계부정 사건은 2011년에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소위 Halliburton I), 당시 연방대법원은 증권집단소송의 소송허가단계에서 손해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며 핼리버튼사의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이에 핼리버튼사는 아예 시장사기이론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며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구하였는데, 이번에 이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소위 Halliburton II).
핼리버튼사는 타 증권법 조항과의 일관성 문제나 효율적 시장 가설의 문제점 등 여러 이유를 들면서 시장사기이론의 문제점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미연방대법원은 핼리버튼이 제시한 이유 중 어떤 것도 시장사기이론을 인정한 Basic 판결을 파기하기에 부족하다고 설시하였다.
즉, ① 상장서류와 관련된 허위표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증권법 Section 18(a)가 신뢰요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이와 유사한 Rule 10b-5를 해석함에 있어 신뢰성 추정을 통해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법규 제정당시 의회의 의도를 무시하는 해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러한 주장이 Basic 판결에서 이미 다뤄진 사안이고 새로운 이유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② 공개된 정보가 종종 시장에 즉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여러 실증적 연구들에 비추어 효율적 시장가설은 더 이상 신뢰할만한 가설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사기이론은 시장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공개된 중요 정보의 대부분을 고려하며 이로 인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보수적인 전제에 의거하기 때문에 법원이 굳이 경제학자들의 복잡한 경제통계학적 분석에 대하여 이분법적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③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주가에 상관없이 주식을 매매한다는 증거가 있고(예를 들어, 가치투자자들은 주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가치평가에 의해 주식을 매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모두 주가 및 주가에 영향을 미친 허위표시를 신뢰하여 주식을 매매한다고 추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경우 주가를 신뢰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주가에 상관없이 투자하는 투자자들조차도 장기적으로 중요 정보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신뢰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④ 그리고 무엇보다 법률 해석은 선례구속성의 원리(stare decisis)에 따라야 하며 Rule 10b-5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문제점이 있을 경우 이는 의회가 법규 개정을 통하여 수행할 몫이라고 설파하며 핼리버튼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미연방대법원의 상고허가 비율이 1% 남짓되는 상황에서, 26년 전의 Basic 판결에 대하여 판단을 허가하였다는 이유로(writ of certiorari) 시장사기이론이 파기되지 않을까 기대하였던 핼리버튼사를 비롯한 많은 증권집단소송의 잠재적 피고 회사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 판결로 인해 그동안 증권집단소송 투자자들의 강력한 보호장치로 기능하였던 시장사기이론은 여전히 그 위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미 증권법 상 Rule 10b-5에 기한 증권소송의 요건 중 하나로, 원고는 피고가 중요한 사실에 대해 허위표시 또는 누락을 하였고 원고가 이를 신뢰하여 거래하였다는 ‘거래인과관계’를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대면적 거래에 속하는 거래소 시장에서의 매매에서 원고가 피고의 행위를 신뢰하고 매매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특히 공통성 요건을 필요로 하는 증권집단소송에서 이러한 요구조건은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1988년 Basic v. Levinson(485 U.S. 224) 판결에서 해결되었는데, 당시 연방대법원은 상장주식시장과 같이 효율적 시장에서 허위표시가 있는 경우 증권의 시장가격은 그러한 허위표시를 반영한 가격이며 따라서 증권을 거래한 자는 당해 표시를 신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그 전까지 하급심 수준에서 논의되던 시장사기이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투자자들의 입증부담을 크게 완화하였다.
석면(asbestos) 관련 소송비용 과소계상, 합병으로 인한 이익 과대계상, 건설공사수익 과대계상 등을 문제삼으며 제기된 핼리버튼 회계부정 사건은 2011년에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소위 Halliburton I), 당시 연방대법원은 증권집단소송의 소송허가단계에서 손해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며 핼리버튼사의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이에 핼리버튼사는 아예 시장사기이론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며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구하였는데, 이번에 이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소위 Halliburton II).
핼리버튼사는 타 증권법 조항과의 일관성 문제나 효율적 시장 가설의 문제점 등 여러 이유를 들면서 시장사기이론의 문제점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미연방대법원은 핼리버튼이 제시한 이유 중 어떤 것도 시장사기이론을 인정한 Basic 판결을 파기하기에 부족하다고 설시하였다.
즉, ① 상장서류와 관련된 허위표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증권법 Section 18(a)가 신뢰요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이와 유사한 Rule 10b-5를 해석함에 있어 신뢰성 추정을 통해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법규 제정당시 의회의 의도를 무시하는 해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러한 주장이 Basic 판결에서 이미 다뤄진 사안이고 새로운 이유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② 공개된 정보가 종종 시장에 즉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여러 실증적 연구들에 비추어 효율적 시장가설은 더 이상 신뢰할만한 가설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사기이론은 시장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공개된 중요 정보의 대부분을 고려하며 이로 인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보수적인 전제에 의거하기 때문에 법원이 굳이 경제학자들의 복잡한 경제통계학적 분석에 대하여 이분법적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③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주가에 상관없이 주식을 매매한다는 증거가 있고(예를 들어, 가치투자자들은 주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가치평가에 의해 주식을 매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모두 주가 및 주가에 영향을 미친 허위표시를 신뢰하여 주식을 매매한다고 추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경우 주가를 신뢰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주가에 상관없이 투자하는 투자자들조차도 장기적으로 중요 정보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신뢰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④ 그리고 무엇보다 법률 해석은 선례구속성의 원리(stare decisis)에 따라야 하며 Rule 10b-5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문제점이 있을 경우 이는 의회가 법규 개정을 통하여 수행할 몫이라고 설파하며 핼리버튼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미연방대법원의 상고허가 비율이 1% 남짓되는 상황에서, 26년 전의 Basic 판결에 대하여 판단을 허가하였다는 이유로(writ of certiorari) 시장사기이론이 파기되지 않을까 기대하였던 핼리버튼사를 비롯한 많은 증권집단소송의 잠재적 피고 회사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 판결로 인해 그동안 증권집단소송 투자자들의 강력한 보호장치로 기능하였던 시장사기이론은 여전히 그 위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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