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매입에 대해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나
2014년 9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대한 매각 입찰 결과 현대자동차 그룹이 삼성전자를 누르고 새로운 소유주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강남 한복판 노른자 자리를 낙찰 받았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 측에 호재일 수도 있으나, 입찰가격 10조 5500억 원이 감정가격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점 때문에 주주, 노조, 외신 등 대다수가 한전부지 매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반영하듯 현대자동차 측의 주가는 10%이상 하락하기도 하였다. 현대자동차의 이와 같은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에 위임되어 경영진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데, 감정가의 몇 배에 달하는 고가의 부지매입가 결정에 대해 경영진이나 이사들이 법적 책임을 질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사가 그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본인 혹은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면서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다면 형법상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고(형법 제355조 제2항),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그런데 이사에게 형법상 배임의 고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판례에서 암묵적으로 형성된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이란 회사의 이사가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로 인하여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미국의 판례법에서 발달한 이론이며, 우리나라 상법에는 아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법원에서 주로 회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혹은 형사상 기업의 경영자에게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를 암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동 원칙의 인정근거는 이사가 회사경영에 있어서 위험을 수반한 혁신적인 행동을 할 것을 조장하는 데에 있다. 만약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만 경영판단의 원칙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는데 이사의 경영판단이 법령을 위반해서는 안 되고, 회사의 이익을 해치면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이 사건 부지매입과 관련하여 경영자나 이사와 회사간의 이해상충관계가 없을 것을 보이므로 배임의 고의나 충실의무위반은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졸속 의사결정인지 여부를 문제 삼을 수는 있으나 비밀유지,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입찰에서 이사회에서 경매의 입찰금액까지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적절해 보인다는 점, 대기업 사옥의 입지가 되는 대규모 토지의 주관적 가치는 감정가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에서 입찰금액을 승인하지 않았다든지, 입찰가가 감정가의 몇 배에 이른다는 점만으로는 졸속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몽구회장이 ‘입찰금액은 결국 국가 기관인 한국전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거나, 자존심 때문에 가격을 불문하고 무조건 확보하려 했다는 측면을 들어 회사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이나 본인의 소신을 우선했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이 역시 경영에 대한 책임, 도의적 책임은 성립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 책임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미국의 선례를 보아도 비슷한데, 1960년대에 미국 프로야구구단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주주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경우가 유사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주주들은 야간경기를 위한 조명시설의 설치를 거부하는 시카고 컵스 (Chicago Cubs)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른 구단들처럼 조명시설을 설치하면 수익이 늘어날 것이 뻔한데 ’야구는 주간에 하는 경기‘라는 컵스 구단주 Phillip K. Wrigley의 개인적인 고집 때문에 설치를 안 하고 있으니 임무해태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사기나 불법, 이해상충이 없으므로 경영상 판단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김병석 변호사 bskim@hannurilaw.co.kr】
이사가 그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본인 혹은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면서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다면 형법상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고(형법 제355조 제2항),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그런데 이사에게 형법상 배임의 고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판례에서 암묵적으로 형성된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이란 회사의 이사가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로 인하여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미국의 판례법에서 발달한 이론이며, 우리나라 상법에는 아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법원에서 주로 회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혹은 형사상 기업의 경영자에게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를 암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동 원칙의 인정근거는 이사가 회사경영에 있어서 위험을 수반한 혁신적인 행동을 할 것을 조장하는 데에 있다. 만약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만 경영판단의 원칙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는데 이사의 경영판단이 법령을 위반해서는 안 되고, 회사의 이익을 해치면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이 사건 부지매입과 관련하여 경영자나 이사와 회사간의 이해상충관계가 없을 것을 보이므로 배임의 고의나 충실의무위반은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졸속 의사결정인지 여부를 문제 삼을 수는 있으나 비밀유지,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입찰에서 이사회에서 경매의 입찰금액까지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적절해 보인다는 점, 대기업 사옥의 입지가 되는 대규모 토지의 주관적 가치는 감정가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에서 입찰금액을 승인하지 않았다든지, 입찰가가 감정가의 몇 배에 이른다는 점만으로는 졸속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몽구회장이 ‘입찰금액은 결국 국가 기관인 한국전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거나, 자존심 때문에 가격을 불문하고 무조건 확보하려 했다는 측면을 들어 회사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이나 본인의 소신을 우선했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이 역시 경영에 대한 책임, 도의적 책임은 성립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 책임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미국의 선례를 보아도 비슷한데, 1960년대에 미국 프로야구구단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주주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경우가 유사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주주들은 야간경기를 위한 조명시설의 설치를 거부하는 시카고 컵스 (Chicago Cubs)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른 구단들처럼 조명시설을 설치하면 수익이 늘어날 것이 뻔한데 ’야구는 주간에 하는 경기‘라는 컵스 구단주 Phillip K. Wrigley의 개인적인 고집 때문에 설치를 안 하고 있으니 임무해태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사기나 불법, 이해상충이 없으므로 경영상 판단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김병석 변호사 bskim@hannurilaw.co.kr】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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