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위임장권유제도,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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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11.27   


내년 초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전자위임장권유제도를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1일 금융규제 개혁방안 후속조치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전자적 시스템을 이용한 위임장 용지 등의 교부가 가능하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C, 스마트폰 등으로 위임장을 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섀도보팅 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제도로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상장사의 편의를 위해 우리나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되는 제도이다. 주주총회 결의가 용이해짐에 따라 경영진의 소액주주 경시풍조 및 대주주의 영향력이 과다하게 확대되는 등의 문제로 섀도보팅은 2015년 1월부터 폐지된다.

지금까지 섀도보팅 덕분에 손쉽게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왔던 상장회사들은 이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입장에 놓였다. 그러나 상장회사들의 관심은 주주총회의 활성화보다는 간편한 의결정족수 확보 방안이었던 섀도보팅 제도의 대안을 찾는 데 쏠려있다. “섀도보팅을 폐지하는 대신 감사 선임 시 주요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 상법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위임장권유제도는 섀도보팅을 폐지하는 원래 취지인 ‘주주총회의 내실화’ 보다는 ‘회사의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논의되는 측면이 크다. 위임장권유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교부하고 주주로부터 미리 찬반을 표시한 위임장을 받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제도이다. 상장사의 위임장 권유 사례는 2005년 133건에서 2012년 222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중 80%이상이 정족수 확보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위임장 권유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권유자는 주로 회사가 될 공산이 크다.

전자위임장권유제도의 운영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위임장 권유자가 위임관련 서류를 주주들에게 직접 교부하는 대신 이를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예탁결제원 등 일정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위임장을 받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주의 입장에서는 전자위임장이 이미 2009년부터 시행중인 전자투표와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주주는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전자적 방식으로 총회 의안에 대해 찬반표시를 하면 된다. 전자위임장권유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주주는 마찬가지로 전자적시스템에 접속한 후 ‘전자위임장용지’에 등록된 주주총회 의안에 찬반표시를 한 후 위임장을 수여하게 된다.1) 다만 전자위임권유의 경우 회사측이 주주들의 위임장을 주총 전에 미리 확보하므로 주주들의 투표내용을 미리 인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주들로서는 절차상 차이가 없으나 회사측에서는 전자위임장권유가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2014년 3월 말 현재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관리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회사 수는 총 45개로서, 이들 중 실제로 201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한 회사는 7개 사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섀도보팅으로 인해 전자투표제도를 외면해왔던 회사들은 이제 전자투표 대신 위임장 권유제도를 활용하여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전자위임장권유제도의 도입이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위임장권유제도가 회사의 주주총회 의결정족수 확보 방안으로만 활용될 경우 이는 주주총회 허구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2) 주주총회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자투표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주들의 의사를 직접 주주총회에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 변호사 jeki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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