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들의 ‘감독의무 해태’에 따른 주주대표소송, 미국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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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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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법령, 정관 위반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그 책임추궁을 게을리 하는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여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이사가 고의적으로 형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의 법령 위반행위를 하여 회사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이러한 위법행위에 관여하거나 당해 위법행위를 결정한 이사회 결의에 참여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있지만, 명확한 이사회결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여 회사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사가 회사 직원 또는 동료 이사에 대한 감독 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 주주대표소송으로 해당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이하에서는 이사의 감독의무 해태를 이유로 이사에게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 미국의 다양한 주주대표소송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 본다.


미국에서 이사의 감독의무 해태에 따른 주주대표소송 사례

1. 웰스파고 (Wells Fargo)

미국 금융서비스회사 웰스파고는 2016. 9. 직원들이 고객명의를 도용하여 개설한 계좌로 실적을 채웠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남에 따라,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으로부터 1억 8,500만 불의 벌금을 부과 받고, 피해자 고객들에게 5억 7,500만 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에 웰스파고 주주들은 이사들이 직원들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를 관리, 감독하지 않아 회사가 손실을 입었다며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 대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소송은 2019. 3. 웰스파고 이사들이 가입한 보험회사들이 회사에게 무려 2억 4,000만 불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종결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최소 2011.부터 내부조사팀으로부터 수상한 영업행태에 대하여 보고를 받고 이사회에서도 직원들이 고객명의를 도용하여 불법 유령계좌로 영업행위를 하는 것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다는 점들이 드러나 이사들이 손해를 배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 뉴스 코프 (News Corporation)

2002. 경 미국 언론사 뉴스코프의 신문사(News of the World)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영국 유명 인사들의 휴대폰, PC 등을 해킹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 고위 관직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위 해킹 스캔들로 뉴스코프는 News of the World 신문사 부문을 폐쇄하고, 해킹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면서 손해를 입었고, 이에 뉴스 코프의 주주들은 이사들에 대하여 직원들이 불법적인 취재를 막지 못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결국 뉴스 코프의 이사들은 2013. 4. 회사에 1억 3,900만 불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하였다.

3. 야후 (Yahoo)

미국 포털사이트 운영회사 야후는 2016. 9.경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5억 명 이상의 야후 포털 사용자의 이름, 생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해킹당했다고 발표했고, 2016. 12.경 에는 2013년에 당한 더 큰 해킹 피해를 공개하면서 총 30억 명의 야후 포털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공개하였다. 한편, 2016. 7.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 (Verizon)은 야후의 주요 인터넷 사업부를 48억 불에 인수하고자 하였는데, 위와 같은 야후의 해킹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위 인수가액에서 3억 5,000만 불을 감액하기로 결정하였다. 야후의 주주들은 이사들이 야후 해킹 사건을 적절하게 방지하고 직원들을 감독할 임무를 게을리 하여 버라이즌과의 인터넷 사업부 양도 계약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고, 2019. 1. 야후 이사들의 보험회사는 야후에게 2,900만 불을 배상하는데 합의하였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이사의 감독의무 해태를 이유로 회사가 배상을 받게 된 최초의 주주대표소송이며, 야후의 해킹 피해 사실 공개 이후 버라이즌의 야후 인터넷 사업부 인수가액을 3억 5,000만 불 감액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이 소송에서 회사의 손해 및 인과관계의 입증이 비교적 용이하였다고 한다.


4. 화이자 (Pfizer)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2009. 9. 자사 제약의 오프라벨(식약청에서 의약품을 허가한 용도 이외의 증상에 처방하는 것) 사용을 판촉하여 불법적인 마케팅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미국법무부와 사이에 벌금 약 23억 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화이자의 주주들은 이사들이 직원들의 오프라벨 제약의 불법적 마케팅행위를 방지할 감독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입은 손실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고, 2011. 4. 위 소송은 이사들이 회사에 7,500만 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면서 종료되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위 사건에서 오프라벨 제약의 판촉행위가 조직적, 대대적으로 이어져 온 점 및 이사회가 위와 같은 불법 마케팅 행위에 대하여 몇 차례 보고를 받아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5. 21세기 폭스 (21st Century Fox)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21세기 폭스 뉴스의 CEO였던 로저 에일스가 여성 리포터들을 성추행하였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21세기 폭스 주주들은 이사들이 부적합한 근무환경을 양성하고 성추행과 인종차별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면서 이로 인해 회사가 성추행 및 인종차별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으로 5,500만 불 이상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2,000만 불 이상의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등 이사들의 감독의무 해태로 인한 회사의 손해가 2억 불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주주대표소송에서 이사들은 2017. 11.경 회사에 9,000만 불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사건의 소장에 따르면 21세기 폭스의 이사회는 폭스 뉴스의 전CEO 로저 에일스의 권위주의적인 성품과 성추행 전력을 알면서도 폭스 뉴스의 CEO로 선임하였고, 에일스가 IT 부문을 통해 직원들의 이메일을 감시하면서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에게는 불이익을 주며 철저하게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게 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사회는 에일스가 폭스 뉴스를 자신의 영지(fiefdom)으로 만들며 여러 성추행, 인종차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던 것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감독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위와 같이 미국에서는 이사가 내부자거래, 부실회계공시, 공시의무 위반, 횡령, 배임 등 법령 위반에 직접 가담한 경우 뿐 아니라 감독의무 해태를 한 경우에도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성과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은 In re Caremark 사건에서 (i)이사가 직원 또는 동료 이사들의 법령위반 행위 사실을 알거나 알았어야 하고, (ii)직원 또는 동료 이사들의 법령위반 사실에 대하여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iii)이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사의 감독 의무(Duty of care)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주주대표소송의 합의안에는 금전적 배상 뿐 아니라 감독기구의 강화, 지배구조 개편, 배상금이 사용될 용도 등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투명성과 책임경영 증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이사의 감독의무 해태로 인하여 회사와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데, 이에 따른 주주대표소송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서영 변호사 sykim08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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