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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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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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행위로 인하여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하여 당시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여 과징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이 거의 제기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이와 관련하여 법원에서 판결이나 화해 등으로 확정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2년 전부터 소액주주들이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이 활발히 제기되어 왔는바, 일본의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 사례들은 선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최근 일본의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 현황을 살펴보고, 리니언시 제도와 관련하여 최근 일본에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일본의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 현황

일본에서는 담합과 관련하여 대부분 ① 이사가 직접 담합행위에 가담하여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 및 ② 이사가 담합행위를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이를 게을리 했다는 것 또는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진정으로 실효성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했다는 것을 이유로 하는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일본에서 제기된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은 알려진 모든 사례들이 화해로 종결되어 판례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2004년 미츠비시상사의 흑연 전극 카르텔 사건의 주주대표소송은 판결에 이른 사례이지만 이는 기초로 된 사안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아닌 미국 법원에서의 유죄판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의 일본의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의 화해 사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데, 대부분 오바야시구미 사건을 모델로 하여 청구원인인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이외에도 “외부 조사위원회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을 화해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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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언시 제도 이용과 관련한 일본의 주주대표소송 사례

한편 일본은 2005년 독점금지법을 개정하면서 리니언시 제도(과징금 감면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최근 일본에서는 ‘이사가 위반사실을 자진신고하여 과징금 감면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하지 않거나 다른 회사보다 앞서 사용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 12. 및 2012. 10. 제기된 스미토모 전기공업의 2건의 주주대표소송이다. ① 스미토모 전기공업의 계열사는 2009. 1.경 고압 전력 케이블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검사를 받았고, ② 스미토모 전기공업은 2009. 6.에는 광 케이블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회 검사를 받았다. 이후 ③ 스미토모 전기공업의 계열사는 2010. 1. 고압 전력 케이블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억 2,810만엔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으며, ④ 스미토모 전기공업은 2010. 2.월 자동차용 전선 ‘Wire Harness’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입회 검사를 받았다. 스미토모 전기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⑤ 2010. 5.경에는 광 케이블과 관련하여 67억 6,272만엔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⑥ 2012. 1.에는 Wire Harness와 관련하여 21억 222만엔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스미토모 전기공업의 소액주주들은 2010. 12.에는 광 케이블과 관련하여, 2012. 10.에는 Wire Harness와 관련하여 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위 2건의 주주대표소송은 2014. 5. 7. 외부조사위원회에 의한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책의 책정 등을 포함하여 피고들이 회사에 해결금으로 5억 2,000만엔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로 종결되었다.


시사점

화해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재판 문화상 일본의 경우처럼 담합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이 화해로 종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주대표소송이 소액주주에 의한 경영감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단순히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도 외부 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발방지책을 책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일본의 화해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담합과 관련한 이사의 임무해태는 주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축 여부에 대해서만 논의되어 왔는데, 일본의 리니언시 제도 이용과 관련한 주주대표소송 사례는 임무해태와 관련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보다 이른 1997년에 이미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여 제도가 정착되어 있으나, 여전히 자진신고 순위와 관련한 분쟁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리니언시 제도를 제때 활용하지 않은 이사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지숙 변호사 jschoi@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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