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확정하며 거수기 사외이사들에게 경종을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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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6.24   


1561340393116.png 지난 2019. 5. 16. 대법원은 강원랜드가 2012년도에 오투리조트에게 기부금을 지원한 사안과 관련하여 해당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했다.

강원랜드, 오투리조트 기부금 지원 이사회 결의에 참여한 이사들을 상대로 15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태백시는 2001년 12월경 민간업체와 공동출자를 통해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고,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오투리조트라는 이름으로 태백시에 골프장, 스키장 및 숙박시설 건설 운영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태백시는 강원랜드에게 오투리조트를 위한 운영자금을 빌려주거나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강원랜드는 2012년 7월 열린 이사회에서 태백시에게 총 150억 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시행하였다. 2012년 7월의 이사회에는 재적이사 15명 중 12명이 출석한 가운데, 출석 이사 중 7명이 찬성, 3명이 반대, 2명이 기권 표를 던졌다. 찬성한 이사들 7명 중 5명은 사외이사였고 2명은 비상임이사였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거액의 기부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 태백관광공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같은 해 9월, 강원랜드는 2012년 7월 이사회 결의에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로 인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위 결의에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 9인을 상대로 150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외이사를 포함하여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확정해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강원랜드 사건에서 1·2심 법원은 피고 이사들이 태백관광공사에 대한 기부를 승인하는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은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강원랜드는 기부금 15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해 이사회 결의에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2016다260455호)은 이사회 결의를 할 당시 기권을 한 것으로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들은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399조에 따라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권한 것으로 기재된 이사 2인의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한편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안건 결의를 주도한 이사의 경우 20%(30억 원), 나머지 이사들의 경우 10%(15억 원)로 제한되었다.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손해액의 10%로 책임이 인정되었으므로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사회 결의 주도 여부는 고려 대상이 되었으나, 해당이사의 등기상 신분은 참작 사항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거수기 사외이사들에게 경종을 울려

사외이사의 경영진에 대한 감독, 감시 기능은 이사회에 참석하여 결의를 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사외이사들은 회사의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난 해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 계열사 250여 곳에서 이루어진 2,908차례 이사회의 6,350 안건 중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99.66%에 이른다.

사외이사들이 기계적으로 찬성표를 던져왔음에도 그동안 사외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이 문제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사외이사는 일상적인 경영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회사의 내부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사외이사에게 사내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법 제399조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해태를 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사외이사도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내이사와 같은 감시의무를 담당하는 만큼 동일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외이사 역시 이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동일하게 부담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된 만큼, 사외이사들이 계속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향후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구현주 변호사 hjku@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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