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 2020년 상법개정의 효과]-① 현대증권 사례를 통해 살펴본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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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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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 도입에 관한 상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주주대표소송은 주식회사의 이사 등 경영진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주주가 회사를 대신하여 경영진에 대해서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우리 상법 403조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두었으나, 상법 제403조에 따른 대표소송은 해당 회사의 주주만이 제기할 수 있기에, 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조차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추궁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금번 상법 개정으로 상법 제406조의2가 신설되면서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의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이른바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개정 상법 제542조의6에 따라 상장회사의 모회사 주주는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법상 모회사는 다른 회사(자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회사를 말한다. 계열회사 주식의 49%를 보유한 지주회사라도 상법상 모회사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자회사 지분의 50%을 초과하여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를 대신하여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소송 계속 중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율이 50% 이하로 감소하더라도 이미 제기한 소송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소수주주들의 권리구제 시도가 무력화된 현대증권 주주대표소송 사례

 

현대증권 주주대표소송 사건은 다중대표소송제의 미비로 인해 소수주주들의 권리구제 시도가 무력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사건은 2016년 8월 현대증권(현 KB증권) 소액주주 29명이 현대증권의 이사 5인을 상대로 제기한 약 1,261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원고들에 대한 각하판결이 최종 확정되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가합108381호, 대법원 2017다279326호).

 

현대증권의 이사회는 2016년 5월 대주주인 KB금융지주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염가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현대증권의 주주들은 자사주 매각과 관련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현대증권 이사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원고들의 주주대표소송의 소제기청구를 하자마자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 간 포괄적 주식교환이 강행되었고, 그 결과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되고, 원고들은 현대증권 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위 소송의 진행과정에서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현대증권의 주주지위를 상실하고 대신 현대증권의 100% 모회사가 된 KB금융지주의 주주지위를 갖게 된 원고들이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가지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주주들은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행된 포괄적 주식교환에 의하여 주주의 지위를 상실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원고들의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소송의 계속 중에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아니하게 되어 주주의 지위를 상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주주는 원고적격을 상실하여 그가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게 되고, 이는 그 주주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주주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함으로써, 제1심, 제2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들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중대표소송의 도입의 효과 –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많이 활용되기는 어려울 듯

 

현대증권 주주대표소송 판결의 확정 이후에도 현대증권의 자사주 헐값 매각 및 이사들이 주주대표소송을 회피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꼼수’로 활용하고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었으나, 자사주 매각에 관여한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할 마땅한 방편이 없었다. 그러나 금번 상법 개정을 통해 현대증권의 주주들과 같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자회사 주주자격을 박탈당한 주주들은 모회사의 주주자격으로 별도의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이사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의 경우 자회사의 유일한 주주는 모회사이기에, 모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자회사 손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금번 상법 개정으로 모회사의 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할 길이 열리면서, 완전자회사의 경우에도 손해 회복을 위한 법적 수단이 마련되었다.

 

상법 개정 과정에서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송이 남발되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이 모회사를 지분을 매입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회사를 공격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2018년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1997~2017 주주대표소송 제기 현황과 판결 분석’에 의하면 21년 동안 판결이 내려진 상장회사의 주주대표소송은 47건에 그쳤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평균 두 건의 주주대표소송에 판결이 이루어진 셈인데, 주주대표소송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해온 것인지 오히려 의문이 제기될 법 하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모회사가 상장회사라고 하더라도 무려 0.5%에 해당하는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해야 하므로(일반 주주대표소송의 경우에는 0.01%) 과연 소액주주들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만한 지분을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위에서 본 현대증권사례의 경우 포괄적 교환으로 현대증권(추후 KB증권으로 상호변경)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 주주가 된 소액주주들이 해당사안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10년)는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무려 20조에 육박하는 KB금융지주의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무려 1천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소 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중대표소송의 도입을 통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책임을 회피해 온 자회사 이사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된 셈이지만 현실적으로 활용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주 변호사 hjku@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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