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종목 폭락사태를 가져온 SG증권발 대량매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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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5.08   




SG 증권발 대량매도로 인한 8개 종목 폭락사태


2023. 4. 24.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을 통해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대성홀딩스, 선광,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에 대해 연일 대규모의 물량 매도가 이뤄졌고 이는 시가총액 8조원 증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주가폭락의 배경에 라덕연 대표라는 사람이 주도한 인위적인 시세부양작업이 있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번 사태의 핵심에 해당하는 SG증권발 대량매도의 실체, 즉 누가 왜 이런 대량매도를 행한 것이고 이러한 대량매도에는 문제가 없는지에 관하여는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이에 관하여는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조사와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들을 토대로 얼마간의 추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차익결제거래(CFD) 상품의 성격과 이에 따른 이해관계


이번에 대량매도에 따른 주가폭락이 있었던 8개 종목은 모두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차익결제거래(CFD)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종목들로 알려져 있다. 차익결제거래(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 중 하나이다. 차익결제거래(CFD)와 같은 장외파생상품거래의 경우에는 매수자와 그 거래상대방인 증권사 간에 제로섬 게임에 해당하는 이해상충관계가 있다. 예컨대 어떤 종목에 관하여 CFD 매수포지션(long)을 매입하는 경우 당해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이익을 보지만 주가가 내리면 거래상대방인 증권사가 이익을 보는 식이다. 그런데 이 때 증권사는 자신의 손익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서 기초자산인 당해 종목의 현물 주식을 매입하거나 기초자산과 관련한 선물 옵션 등의 장내파생상품 거래를 하거나 장외파생상품거래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종목에 관하여 차익결제거래가 이루어지면 매수포지션을 가진 투자자들과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시장참여자들이 생긴다. 따라서 하나의 가설에 해당하지만 8개 종목의 CFD거래에서 투자자들과 정반대 방향의 이해관계를 가진 시장참여자 쪽에서 어떠한 모멘텀을 계기로 8개 종목의 현물을 대량매도하였고 이로 인하여 주가가 폭락하였다면 이들 시장참여자들은 적어도 당해 CFD거래에 있어서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헤지를 위해 현물로 들고 있었을 물량에서는 손실이 발생했겠지만 시장에서 확보할 현물 물량이 부족해서 언더헤지(under-hedge)상태였다면 손실보다 더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다우데이터와 서울도시가스의 주식을 시간외거래로 대량 매수한 외국인은 누구?


서울도시가스의 김영민 회장은 4.17 시간외매매로 10만주를 주당 456,950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4.17 종가는 494,000원이었으므로 이는 37,050(7.5%) 할인된 금액이었다. 이튿날 서울도시가스의 주가는 487,500원으로 하락했고, 3일정도 약간씩 더 하락했다가 4.24.부터 4 영업일동안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편 다우데이터의 김익래회장은 4.20. 시간외 매매로 다우데이터 140만주를 주당 43,245원에 매각했다. 4. 20. 종가가 46,500원이었으니 종가보다 3,255원(7%) 할인된 금액이었다. 이튿날 다우데이터의 주가는 2,950원(약 6.3%) 하락하였고, 그 다음날부터 2일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시간외거래물량을 받아준 곳들은 외국 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은 이들 물량들을 매수하면서 이 현물매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자 이들 종목의 하락시 이익을 보는 거래(예컨대 공매도와 같은 하락에 배팅을 하는 거래)를 미리 했거나 사후적으로 이러한 물량을 처분하는 다양한 행동을 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항간에는 8개 종목의 CFD거래가 하나로 묶여 있어서 어느 종목에서 균형이 깨지는 경우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헤지물량의 처분이 촉발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결국 서울도시가스나 다우데이터의 대주주가 할인된 가격에 대량매도를 한 것이 다른 종목들을 위험회피(헤지)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융기관의 헤지활동에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다.


시간외거래물량을 받아 시장에 풀었을 외국기관과, 당초 CFD의 거래상대방이었던 외국계 금융기관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 그리고 과연 이들이 정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매도를 했는지, 아니면 헤지거래 또는 헤지물량 처분을 구실로 CFD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현물가격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량매도를 하였는지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CFD 같이 단일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거래가 시장을 왜곡하는 메커니즘


금융기관이 CFD 매수포지션을 매도하는 거래를 하면 이러한 거래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서 기초자산인 현물을 매수하게 되므로 기초자산의 주가가 오른다. CFD에서 수익이 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CFD 매수포지션을 취득한다. 금융기관은 헤지물량이 더 필요하므로 매수를 더 하게 되고 주가가 더 오른다. 현물가격에 의해서 종속적으로 형성되는 파생상품거래가 오히려 현물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소위 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현물 주가가 하락하면 델타헤지의 원리상 필요한 헤지물량이 줄어든다. 따라서 헤지물량의 처분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서 주가하락은 가속화된다. 델타헤지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재량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러한 헤지물량의 처분과정에서 CFD거래상대방인 외국계금융기관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거래를 할 유인이 있다. 실제로 이렇게 헤지거래를 구실로 현물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량매도를 한 것이 문제가 되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배상을 선례가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역시 장외파생상품인 ELS의 거래상대방이었던 도이치은행과 캐나다왕립은행 등의 대량매도행위를 문제삼아 ELS의 투자자들을 대리하여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격렬한 법정공방 끝에 우리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험회피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와의 사이에서 이해가 상충하는 때에는 그와 관련된 위험회피거래는 시기, 방법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면서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 전부를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금융감독당국이나 검찰의 조사를 통해 과거 도이치옵션쇼크사태나 ELS 종가조작사건과 유사한 사실관계가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영 변호사 jykim@hnrlaw.co.kr / 박필서 변호사 pspark@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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