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집단소송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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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7.13   


f5d55f04f9af4b1bbdeb4705afaba64972fdb133.png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선행매매(front running)로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여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달 23일, 유수의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애널리스트 A씨는 매수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공표하기 전에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여 상당한 이익을 얻은 사실이 적발되었다. A씨는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되었는데 A씨가 22개 종목을 사고 팔며 취득한 이득액은 5억 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위 선행매매(front running)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금융투자상품인 주식의 거래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한 부정거래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1호), 주식의 거래를 목적으로 또는 시세 변동을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로 인정될 것이고, 애널리스트 개인은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널리스트가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등을 보고 관련 주식을 취득하여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이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개개인으로서는 해당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로 인해서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사실과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므로 일반 소송제도 하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피해자 일부가 전체 피해자들을 대표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집단소송제도를 통하지 않고는 현실적인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등 부정거래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증권관련집단소송절차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된다.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라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 즉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3조 제1항 제3호는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증권관련집단소송의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자본시장법 제179조는 같은 법 제178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행매매를 실행한 애널리스트가 자본시장법 제179조에서 말하는 ‘제178조를 위반한 자’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므로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집단소송으로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애널리스트 개인이 피해자 집단 전체의 손해를 배상할 만한 변제능력이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실효성 있는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제기될 수 있으려면 애널리스트가 속한 증권사를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증권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예컨대 고유계정에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우호적인 리포트를 쓰도록 했다면 증권사 자체가 제178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증권사를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선행매매를 한 것이라면 증권사 자체가 제178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불법행위를 감독할 사용자에 해당하고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는 직무관련성이 있으므로 피해자는 사용자인 증권사를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하지만 민법 제756조에 의한 청구는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의한 청구는 아니므로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증권관련집단소송에서 증권사를 상대로 한 청구를 병합하여 제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피해자들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소송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이 가능하지만 변제자력이 불확실하므로 소 제기가 어려울 것이고, 증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이 불가하여 소 제기가 어렵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행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집단소송의 대상을 몇 가지의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청구로 한정적으로 열거한데서 기인한다. 즉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일반소송에서는 병합하여 주장할 수 있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나 사용자책임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는 불합리가 있는 것이다. 만약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자본시장법 제179조에 따른 청구’라는 용어대신 ‘자본시장법 제178조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라고 규정했다면 자본시장법 제178조 위반을 이유로 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도 증권관련집단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도입된 지 18년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11건의 소송만이 제기된 것은 증권관련집단소송의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일반소송에서는 병합하여 청구할 수 있는 민법상 청구도 병합할 수 없다는 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조속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현주 변호사 hjku@hnrlaw.co.kr / 김동욱 변호사 dwkim@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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