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대폭락 사태, 투자자들은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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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7.31   


e141dba8b0397ee7b2232e865063583e491bb43f.jpg전대미문의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의 발생

 

2022. 5.경 암호화폐 시가 총액 5위 이내로, 개당 10만 원에 달하는 메이저 코인인 루나 코인이 1주일 사이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 즉 –99.99999%까지 폭락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이하 ‘테라·루나 폭락 사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전 세계적으로 약 450억 달러(약 59조원)로 집계되고, 국내에만 피해자가 약 28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내 피해자들 중 일부는 2022. 5. 19.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검찰은 수사를 거쳐 가상화폐 ‘테라·루나’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총괄대표 및 관련자 7인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경법위반(사기) 등 혐의를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으며, 현재 형사재판(서울남부지방법원 2023고합151)이 진행 중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이며, 투자자들은 과연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본다.

 

한때 시가총액이 50조 원을 넘어선 테라・루나

 

비트코인 이후 여러 암호화폐가 등장하였지만 극심한 가격변동성으로 인해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테더(USDT: Tether), USD Coin(USDC)와 같은 소위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이 등장하였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코인의 가치를 특정 통화나 상품에 고정시켜 시켜 가격변동성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는 코인을 말한다. 달러 등 법정화폐와 코인의 가치를 연동(페깅·pegging)시켜 교환 비율을 고정시킨다는 것이다. 처음 등장한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통화(미 달러화 등)나 가상화폐(비트코인 등) 자산을 담보로 하였는데, 이들 스테이블 코인은 지급을 담보할 운영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운영기관의 도산가능성 등 중앙화 시스템에 수반되는 중앙화 위험)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논의되었고, 권도형과 신현성은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토큰인 ‘루나’를 개발하였다. 테라USD(UST)의 가치는 알고리즘에 의해 법정화폐와 1:1로 고정되어 1UST의 가치는 1달러의 가치에 고정(페깅·pegging)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연동이 무너질 경우(디페깅·de-pegging) 알고리즘에 의해 연동을 회복시키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설계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 및 차익거래 기회 제공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되었다.

 

예컨대, 1UST의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하락한 경우 차익거래자가 시스템에 1UST를 보내면, 시스템은 1달러 상당의 루나를 발행하여 차익거래자에게 지급하고, 시스템은, 받은 1UST를 소각하여 그 유통량을 줄임으로써 1UST의 가격을 1달러로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1UST의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한 경우, 차액거래자가 시스템에 1달러 상당의 루나를 보내면 시스템은 1UST를 발행하여 차익거래자에게 지급하고, 시스템은 UST의 유통량을 늘려 UST의 가격이 1달러로 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코인 보유자는 차익을 실현하고 UST의 유통량을 조절하여 테라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발상이었다.

 

테라의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원리만 보면 투자자들은 ‘페깅’ 상태에서는 예상되는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디페깅’ 상태에서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을 볼 일이 없다. 그러나 테라의 이론적 안정성만으로 테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테라의 수요가 급증한 것은 테라폼랩스가 제시한 고이율의 예금 서비스가 한몫 하였다. 테라폼랩스는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금융서비스인 ‘앵커 프로토콜’을 만들었는데, 앵커 프로토콜이란 쉽게 말하면 테라를 예치하면 대략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해 테라의 수요는 급증하였고, 테라와 교환되는 루나의 수요도 크게 상승하여 약 3년 만에 시가총액이 약 55조원에 달하게 되었다.

 

끝없이 성장할 것 같던 테라·루나는 어떻게 폭락하였나

 

달이 지구를 공전하듯 안정적일 것 같았던 테라와 루나는 2022. 5.경 갑자기 대폭락하였다. 애초에 테라 프로젝트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자체적인 완전성을 갖춘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투자자들의 계속된 유입으로 코인의 가격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시스템의 완전성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쌓여갔고 어느 날 대량매도가 있자 코인런이 발생한 것이다. 1UST의 소유자들이 가지는 권리는 1UST를 1달러로 바꿀 수 있는 권리라기보다는 교환시점의 1달러에 상응하는 루나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인데, 문제는 루나도 실시간으로 가치가 바뀌는 코인이라는 점이다. UST의 가격이 하락할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루나의 유통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루나 가격은 하락한다. UST의 가격 하락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루나의 가격은 점점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여기에 가격 하락으로 인해 루나를 팔고 탈출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루나의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게 되는 것이다.

 

루나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 제178조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가능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난 2023. 7. 10. 신현성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서울남부지방법원(제14 형사부, 2023고합151)에서 열렸다(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구금 중이며, 이와는 별도로 6개월 간의 범죄인 인도 구금 명령을 받아 범죄인 인도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루나 코인의 ‘증권성’ 여부이다. 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어 동법에 따른 형사처벌 뿐 아니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되어 동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검찰은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하나인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하여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국내에서 문제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한다)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자본시장법 제4조 제6항). 검찰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루나 코인 투자자는 ‘테라 프로젝트’라는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주로 타인(테라폼랩스 경영진)이 수행한 공동사업(테라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의 결과(수수료 및 주조차익)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를 취득하고 그 권리가 표시된 것이 루나 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부지법은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루나의 증권성 여부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거나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표현을 한 바 있어 실제 공판 과정에서 검찰의 혐의 입증에 따라 자본시장법 적용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경법위반(사기)의 경우에는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이 기망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만일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이 테라 프로젝트의 구조적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테라 프로젝트를 운영하여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입게 한 것이라며 기망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도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국내에서 기소된 신현성 등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하여 2,468억 원 상당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하였고, 권도형의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보전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다면 검찰이 동결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일정 부분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필서 변호사 pspark@hnrlaw.co.kr / 임진성 변호사 jslim@hnrlaw.co.kr / 박진구 변호사 jgpark@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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