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취득, 소각에 관한 주주제안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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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0.26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자기주식 취득, 소각에 관한 주주제안 증가 

 

2010년 후반 이후 한국 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행동주의 펀드 등이 투자대상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을 문제 삼으며,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주주제안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2021년 및 2022년 자기주식 매입, 소각 건에 대한 주주제안은 각 3건에 그쳤으나, 2023년에는 11건에 달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기주식의 역할 : 주주가치 제고 vs. 지배주주의 영향력 강화

 

기업이 자기주식(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시장에 공급되는 주식의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나머지 주식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회사가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에는 배당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이 없기 때문에 향후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이 증가하고 유·무상증자시 배정 비율이 증대되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일반적으로 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자사주 활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기업에 비하여 낮게 형성되는 현상)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으로 의결권을 가진 주식 수를 줄여 지배주주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지배주주에 대한 우호적인 세력에 매도하는 방법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활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사주 마법”도 한국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의 문제로 꼽힌다. 자사주 마법은 기업의 인적분할(하나의 회사가 둘 이상의 회사로 분할되는 기업 구조조정의 한 방법)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기존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한 경우 그 기존회사를 신설회사의 주주로 간주하여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데, 배정된 신주는 자사주와 달리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여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희석되고 지배주주가 사실상 통제하는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 지분이 증가하게 된다. 

 

주주들은 투자대상 기업에 자기주식 매입, 소각을 주주제안할 수 있을까? - 2023년 하급심 판결은 이를 긍정

 

2023년 일부 상장회사들은 행동주의 펀드 측이 제안한 자기주식 취득의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거부하였고, 자기주식 취득의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의안상정 가처분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이 주주제안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상법 제343조(주식의 소각) 제1항은 ‘주식은 자본금 감소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만 소각(消却)할 수 있다. 다만,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자본금의 감소에 관한 상법 규정을 보면, 자본금의 감소에는 상법 제434조에 의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요구되고(동법 제438조), 해당 결의에서는 그 감소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하며(동법 제439조 제1항)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통지와 공고에는 자본금 감소에 관한 의안의 중요내용도 기재되어야 한다(동법 제438조 제3항).

 

자기주식 소각이 주주제안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긍정하는 견해는 상법 제343조 제1항이 임의규정이고 주식소각의 건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안”이므로 자기주식 소각의 건도 주주제안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반면, 부정하는 견해는 상법 제343조 제1항 단서가 “이사회 결의로”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 소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법상 정관 개정을 통해서도 이를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할 수 없다고 본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측이 KT&G를 상대로 정기주주총회에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상정하라는 내용의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대전지방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3항의 문언적 의미, 조문형식, 유사한 다른 조항과의 차이, 일반규정인 상법과의 관계,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개정상법의 입법취지,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조항의 개정이유 등을 살펴보면,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3항이 일반조항인 상법 제341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상법 제341조 제2항에 따라 주주총희 결의사항으로 상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여, 자기주식 취득 또한 주주제안 대상임을 확인하고, “상법 제341조 제2항과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3항을 조화롭게 해석하면, 위 특례규정이 상법이 정한 원칙적인 의사결정 기관인 주주총회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법의 일반조항과 중첩적으로 적용되어 의사결정 기관의 범위를 넓히는 취지라고 해석된다.”라고 하여, 자본시장법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의 주주제안 대상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비록 하급심이기는 하나, 위 판결은 향후 주주들이 자기주식 취득의 건에 대한 주주제안을 하는데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주 변호사 hjku@hnrlaw.co.kr / 이승민 변호사 sm.lee@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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