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집단소송의 불씨, 퇴직금 중간정산
동일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단체협약, 취업규칙의 적용 등으로 인해 근로계약의 체결 및 종료, 그리고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공통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회사가 설정한 퇴직금 지급방식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한 두 명의 근로자에 대해서만 퇴직금 지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 상당수 다른 근로자들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듯 노동관련 사건은 다수인이 동일한 법적 분쟁에 관련되기 때문에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위험이 많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에 많이 문제되고 있는 것으로 퇴직금의 중간정산과 관련된 문제를 들 수 있다. 아래에서는 퇴직금의 중간정산과 관련된 비교적 전형적이고, 기초적인 사례를 통해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사례
근로자 김씨는 출판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임금지급과 관련하여 퇴직금 및 각종 수당을 포함한 총 연봉을 12등분하여, 이 금액을 매월 지급받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김씨는 근로계약서에 “매월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희망합니다.”라고 자필로 기재하였다. 몇 년 후, 근로자 김씨는 이 회사에서 퇴직을 하였고, 회사에 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회사 측에서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이미 지급하였으므로, 퇴직금을 이미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 김씨는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2.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요건
퇴직금의 중간정산에 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단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퇴직금의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1)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명시적이어야 한다.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설정한 경우에도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있고,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률적으로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것은 근로자의 개별적 권리인 퇴직금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한편, 근로계약서에 “매월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희망합니다.”라는 취지의 문언이 근로자의 자필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명시적인 요구가 인정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2)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에 의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의 대상이 되는 기간은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다. 따라서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의 근로기간에 대해서만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고, 장래의 근로에 대해서는 중간정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3) 근로계약 체결시 퇴직금 액수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근로조건의 명시의무(근로기준법 제24조)와 관련하여 근로계약 체결 시에 연봉액에 포함될 퇴직금의 액수가 정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 만약, 근로계약 체결 시에 기본수당, 퇴직금 등의 항목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연봉 총액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라면, 이는 근로조건 명시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서 전형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이 요건이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3. 근로자 김씨의 경우와 같은 퇴직금 지급 방식이 유효한가?
위와 같은 요건에 비추어 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씨가 근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김씨와 회사가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그런데, 김씨의 경우 김씨가 근무를 시작하기 이전, 즉 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중간정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서 지급하려면, 근로자 김씨가 1달 동안 근무를 한 뒤에 중간정산의 약정이 근로자 김씨의 요구에 의하여 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 김씨의 경우에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러한 중간정산의 약정이 체결되어 있었던 것이므로, 위의 두 번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의 경우 회사가 월급에 포함시켜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하여 중간정산을 한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
4. 대법원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
대법원은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월 지급하는 임금을 일급 70,000원으로 하되, 이 일급은 노임 64,600원, 퇴직적립금 5,400원으로 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퇴직적립금을 매월 임금지급일에 수령함에 동의하며 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근로자들과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용자는 ‘매월 급여 수령시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기를 희망하며 퇴직시 회사에 퇴직금에 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퇴직금 지급방식에 대해 “그와 같은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 지급에 대하여는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위와 같은 퇴직금에 관한 약정이 법 제8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약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피고인(필자 주: 사용자)이 위 근로자들로부터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미리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5. 결론
현행법상 퇴직금의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사례와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는 요건이다. 위의 사례처럼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받은 경우에는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는 것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매달 말 근로자가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효력이 없게 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퇴직금 중간정산관행이 향후 근로자 집단소송의 불씨가 될 수 있다.
1. 사례
근로자 김씨는 출판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임금지급과 관련하여 퇴직금 및 각종 수당을 포함한 총 연봉을 12등분하여, 이 금액을 매월 지급받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김씨는 근로계약서에 “매월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희망합니다.”라고 자필로 기재하였다. 몇 년 후, 근로자 김씨는 이 회사에서 퇴직을 하였고, 회사에 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회사 측에서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이미 지급하였으므로, 퇴직금을 이미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 김씨는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2.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요건
퇴직금의 중간정산에 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단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퇴직금의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1)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명시적이어야 한다.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설정한 경우에도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있고,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률적으로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것은 근로자의 개별적 권리인 퇴직금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한편, 근로계약서에 “매월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희망합니다.”라는 취지의 문언이 근로자의 자필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명시적인 요구가 인정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2)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에 의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의 대상이 되는 기간은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다. 따라서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의 근로기간에 대해서만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고, 장래의 근로에 대해서는 중간정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3) 근로계약 체결시 퇴직금 액수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근로조건의 명시의무(근로기준법 제24조)와 관련하여 근로계약 체결 시에 연봉액에 포함될 퇴직금의 액수가 정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 만약, 근로계약 체결 시에 기본수당, 퇴직금 등의 항목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연봉 총액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라면, 이는 근로조건 명시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서 전형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이 요건이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3. 근로자 김씨의 경우와 같은 퇴직금 지급 방식이 유효한가?
위와 같은 요건에 비추어 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씨가 근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김씨와 회사가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그런데, 김씨의 경우 김씨가 근무를 시작하기 이전, 즉 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중간정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서 지급하려면, 근로자 김씨가 1달 동안 근무를 한 뒤에 중간정산의 약정이 근로자 김씨의 요구에 의하여 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 김씨의 경우에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러한 중간정산의 약정이 체결되어 있었던 것이므로, 위의 두 번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의 경우 회사가 월급에 포함시켜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하여 중간정산을 한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
4. 대법원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
대법원은 2007.11.16. 선고 2007도3725 판결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월 지급하는 임금을 일급 70,000원으로 하되, 이 일급은 노임 64,600원, 퇴직적립금 5,400원으로 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퇴직적립금을 매월 임금지급일에 수령함에 동의하며 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근로자들과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용자는 ‘매월 급여 수령시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기를 희망하며 퇴직시 회사에 퇴직금에 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퇴직금 지급방식에 대해 “그와 같은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 지급에 대하여는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아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위와 같은 퇴직금에 관한 약정이 법 제8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약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피고인(필자 주: 사용자)이 위 근로자들로부터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미리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5. 결론
현행법상 퇴직금의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사례와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해서만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는 요건이다. 위의 사례처럼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받은 경우에는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는 것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매달 말 근로자가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효력이 없게 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퇴직금 중간정산관행이 향후 근로자 집단소송의 불씨가 될 수 있다.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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