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련 소송도 일종의 투자자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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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23   


최근 아파트 분양과 관련하여 건설사의 허위 분양광고를 이유로 한 집단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아파트가 주거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투자수단으로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아파트를 투자수단으로 생각할 경우 그로 인한 투자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인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파트의 수분양자는 분양자에 비해 매우 적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특히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될 경우 수분양자들로서는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계약 목적물인 실제 아파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사건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종래 대법원은 상가 분양과 관련된 사건에서, 분양자가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운영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분양계약자들에게 일정액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 및 설명을 했더라도, 위와 같은 광고 및 분양계약 체결시의 설명은 상가 분양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고 하여 투자자 보호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55618 판결)

그런데, 최근 판례들을 보면 이러한 법원의 견해는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6월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 (2005다5812)은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분양계약시에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분양광고의 법적 구속력을 계약조건의 수준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또 위 사건에서는 아파트 근처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도 문제되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고지의무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수분양자들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상과 같은 법원의 태도는, 부동산 분양관련 소송의 경우에도 증권투자자소송과 마찬가지로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위반를 인정하고 아파트 자체의 하자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환경 및 부대시설을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판단한 것으로서 아파트와 같이 규격화된 부동산을 투자의 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다수를 상대로 한 부동산 투자계약도 증권의 일종으로 보아 증권관련 투자자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어 더 이상 부동산관련 소송과 증권투자자소송간의 차이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소송은 주민들 각자의 개별주택의 하자와 관련된 문제보다는 분양계약 체결 과정상의 문제점이나 해당 아파트의 투자가치에 대한 문제 등 아파트 단지 전체 혹은 일부 동 전체와 관련된 것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파트 분양에는 다수의 수분양자가 관련되고, 이들이 동일한 분양계약 체결과정을 거치며, 완공 후 나타나는 하자 역시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집단소송에 의한 해결이 효과적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사건 역시 원고가 649명이나 되었는데, 이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 앞으로 투자자 집단소송의 형태로 제기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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