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식품 집단소송제 vs 불법시위 집단소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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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23   


지난 해 정부가 발의하여 추진해 온 위해식품집단소송제의 도입이 결국 중도 포기되었다. 지난 1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최성락 식품안전국장은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오던 위해식품 집단소송제를 당분간 도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올해 정책 추진방향을 밝혔다. 소액 다수의 위해식품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위해식품 집단소송제는 지난해 정부가 민생법안으로 내놓았던 것인데 결국 관련 업계의 반발로 인해 중도에 좌절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정부는 광우병 촛불 시위 등을 계기로 집단 시위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맞추어 여당은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이 법안은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인근 주민의 피해를 집단적 소송으로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법시위에 대한 예방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위해식품 집단소송제의 추진이 좌절되고 불법시위 집단소송제가 추진되는 현상은 집단소송제와 관련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집단소송제는 대기업이나 정부의 조치로 인해 소액 다수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 지역주민, 투자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현실적으로 개별 소송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여 힘의 논리를 반전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위해식품 제조업자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집단소송제는 좌절되고 오히려 시위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상인들에게 가하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집단소송제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좀 기묘한 형국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원래 시위라는 것은 다수의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소송제도 등 제도적인 권리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에 자주 일어난다. 즉 집단소송제도를 비롯한 약자 구제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함으로써 촉발되는 시위에 대하여 오히려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의 하나 정부와 여당의 추진방향대로 위해식품 집단소송제는 포기되고 불법시위에 따른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느 대기업의 불량식품으로 인해 소액 다수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 어렵자 시위를 벌였는데 이로 인해서 오히려 그 대기업과 인근 상인들 및 지방자치단체가 시위참가자들과 이를 지원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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