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허락 없이 가입된 펀드를 환매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단가입을 추인했다고 볼 수 없어

   조회수. 3822
등록일. 2009.12.04   


고객의 허락 없이 임의로 가입된 펀드에 관하여 고객이 펀드환매를 요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단 가입을 추인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펀드 무단 가입을 위해서 무단 인출된 고객명의의 예금 전액을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 (2009. 11. 6. 선고 2009나11817호 판결)이 내려졌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07년 9월경 외교관의 부인인 원고가 남편의 임지를 따라 외국으로 출국하기 며칠 전 은행을 방문했다가 직원의 권유로 공란으로 되어 있는 펀드가입신청서에 이름과 도장만 찍어서 준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은행직원은 원고와의 통화가 여의치 않자 시황이 좋을 것으로 예측한 나머지 사전에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 원고 명의의 통장에서 3억 3천만원의 돈을 인출하여 펀드에 가입하였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펀드 무단 가입에 항의하면서 이를 인정할 수 없으니 책임지라고 하였지만 가입된 펀드를 환매하는 조치는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안에서 1심은 펀드의 무단가입사실은 인정되지만 원고가 적극적으로 환매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묵시적으로 펀드 무단가입을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나 2심은 이런 1심판결을 취소하고 무단인출된 예금 전액의 반환을 명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0민사부, 재판장 박 철)은 판결문에서, “투자자인 원고가 금융기관인 피고 직원이 아무런 권한 없이 원고의 예금을 이체하여 펀드에 가입하는 불법행위를 한 경우 이를 용인하는 등 사후적으로 추인하기 위해서는 이미 펀드에 수익이 생겼거나 현재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향후 수익을 전망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한다”고 전제한 후, 개인투자자로서 가정주부인 원고로서는 은행직원이 임의로 펀드를 가입하고 또 이미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펀드임의가입의 법률적 효과가 자신에게 미칠 것인지, 나아가 손실을 본 상태에서 환매를 할 경우 은행이 그 손실 및 수수료를 보전하여 줄 것인지에 관하여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즉시 적극적인 환매를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환매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임의펀드가입을 사후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통상 전화주문만으로도 거래위탁이 이루어지는 주식 매매와는 달리 펀드 가입의 경우에는 펀드가입신청서의 작성, 자금납입 또는 이체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고객의 동의 없는 임의가입은 흔치 않다. 하지만 실제로 2007년~2008년 펀드열풍을 타고 수익을 확신한 직원들에 의해 예금 무단인출, 무단 가입이 이루어진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엄격한 절차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할 펀드가입과 예금인출이 은행직원에 의해서 무단 취급되었을 경우 은행측의 책임을 보다 엄하게 물은 판결로서 무분별한 펀드가입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 법무법인 한누리는 항소심(2심)부터 이 사건의 원고를 대리하였습니다.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