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보험상품 불완전판매사건에서 소위 ‘획책된 과실’을 이유로 보험사측의 과실상계주장 배척
지난 3월 3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이기택 부장판사)는 H정밀과 이 회사 대표이사의 딸인 김모씨가 자신들에게 유니버셜보험 또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을 판매하여 손실을 입힌 AIA 생명과 보험설계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보험설계사의 설명의무 및 적합성 원칙 등 고객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손해액 전액의 배상을 명하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가입한 유니버셜 보험이나 변액유니버셜보험의 경우 일반 정액보험에 비하여 보험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험기간이 장기간 또는 종신이며, 특히 변액보험은 정액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계약자들은 보험자의 사회적 신뢰성을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계약자들이 이를 이해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자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여 보험자의 설명의무를 엄격하게 요구하였으며 변액보험의 경우에는 투자신탁과 마찬가지로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판시내용은 피고측이 주장하고 하급심이 인정한 과실상계주장을 배척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과실상계주장을 배척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이른바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상계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른바 ‘획책된 과실’에 기해서는 과실상계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의 경우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가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득은 전혀 없고 오로지 피해자의 신체적 법익 또는 경제적 가치만이 영구적으로 소실하는 이른바 ‘가치감소 내지 소멸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함이 타당하나, 사기의 경우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재산 내지 경제적 이익이 가해자에게 이전되는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국 불법을 야기한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을 통하여 얻은 이익의 일부를 향유하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물론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기나 횡령 등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피해자의 부주의가 있더라도 가해자에게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향유케 함이 부당하다고 하면서 과실상계를 불허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가해자가 당해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상품의 판매증가 등 간접적인 이익을 얻는 경우도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좀 더 진전된 것이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보험상품이나 투자신탁상품의 판매에 따른 수수료수입을 극대화 하고자 일반인들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감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격적인 판매활동과 이에 따라 증대된 수수료수입 등의 이익도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보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판부는 “설명의무 또는 적합성의 원칙 등을 위반한 투자의 권유는 투자자로 하여금 경솔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투자자의 과실을 야기하는 속성을 가지는데, 이와 같이 야기된 투자자의 과실은 이른바 ‘획책된 과실’로서 권유자의 위법과 별도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이것이 가해자에 의해서 유발된 소위 ‘획책된 과실’인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도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으므로 어쩌면 이번 판결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사기의 경우와는 달리 금융투자상품의 판매과정에서의 사기나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법령위반이 명백히 인정되고 피해자의 과실이 가해자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도, 투자설명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 거액을 투자했다는 이유, 기존에도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거나 판매금융회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경향이 보편화 되어 왔으며 과실상계비율도 점차 높아져 온 것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특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불완전판매가 근절되고 건전한 시장질서가 형성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한 가지 관점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감행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어떠한 이유로, 누구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하였든 그 피해의 일부를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옳으며, 투자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어야만 경솔한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다른 한 가지 관점은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아니하며 가해자인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만 건전한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법원판결에서는 첫 번째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골드만삭스 파문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이 제대로 견제되지 않아 왔다는 점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이번 서울고등법원판결이 그간 하급심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과실상계관행에 경종을 울려 보다 균형된 관점에서 사법적 구제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가입한 유니버셜 보험이나 변액유니버셜보험의 경우 일반 정액보험에 비하여 보험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험기간이 장기간 또는 종신이며, 특히 변액보험은 정액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계약자들은 보험자의 사회적 신뢰성을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계약자들이 이를 이해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자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여 보험자의 설명의무를 엄격하게 요구하였으며 변액보험의 경우에는 투자신탁과 마찬가지로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판시내용은 피고측이 주장하고 하급심이 인정한 과실상계주장을 배척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과실상계주장을 배척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이른바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상계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른바 ‘획책된 과실’에 기해서는 과실상계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의 경우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가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득은 전혀 없고 오로지 피해자의 신체적 법익 또는 경제적 가치만이 영구적으로 소실하는 이른바 ‘가치감소 내지 소멸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함이 타당하나, 사기의 경우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재산 내지 경제적 이익이 가해자에게 이전되는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국 불법을 야기한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을 통하여 얻은 이익의 일부를 향유하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물론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기나 횡령 등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피해자의 부주의가 있더라도 가해자에게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향유케 함이 부당하다고 하면서 과실상계를 불허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가해자가 당해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상품의 판매증가 등 간접적인 이익을 얻는 경우도 ‘가치 이전형 불법행위’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좀 더 진전된 것이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보험상품이나 투자신탁상품의 판매에 따른 수수료수입을 극대화 하고자 일반인들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감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격적인 판매활동과 이에 따라 증대된 수수료수입 등의 이익도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보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판부는 “설명의무 또는 적합성의 원칙 등을 위반한 투자의 권유는 투자자로 하여금 경솔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투자자의 과실을 야기하는 속성을 가지는데, 이와 같이 야기된 투자자의 과실은 이른바 ‘획책된 과실’로서 권유자의 위법과 별도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이것이 가해자에 의해서 유발된 소위 ‘획책된 과실’인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도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으므로 어쩌면 이번 판결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사기의 경우와는 달리 금융투자상품의 판매과정에서의 사기나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법령위반이 명백히 인정되고 피해자의 과실이 가해자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도, 투자설명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 거액을 투자했다는 이유, 기존에도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거나 판매금융회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경향이 보편화 되어 왔으며 과실상계비율도 점차 높아져 온 것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특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불완전판매가 근절되고 건전한 시장질서가 형성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한 가지 관점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감행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어떠한 이유로, 누구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하였든 그 피해의 일부를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옳으며, 투자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어야만 경솔한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다른 한 가지 관점은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아니하며 가해자인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만 건전한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법원판결에서는 첫 번째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골드만삭스 파문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이 제대로 견제되지 않아 왔다는 점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이번 서울고등법원판결이 그간 하급심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과실상계관행에 경종을 울려 보다 균형된 관점에서 사법적 구제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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