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외부감사법, 소송지연 초래해 투자자보호 후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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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1.29   


지난 2013. 12. 30. 부실감사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비례책임제를 도입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어 시행되었다 . 이러한 개정법은 2014년도 사업연도에 대한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되게 된다 .

개정의 핵심이 된 외부감사법 제 17조는 분식회계에 대해 고의가 있거나 원고가 저소득투자자인 경우에는 개정 전과 같이 이사 , 감사 , 회계법인 등의 피고가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되 , 분식회계 등에 고의가 없고 원고도 저소득투자자가 아닌 경우에는 각 귀책사유에 따라 법원이 정하는 비율에 따른 분할 배상책임만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 다만 원고가 피고 일부로부터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변제자력 있는 피고가 자기 책임액의 50%를 한도로 추가 배상하여야 한다 .

비례책임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한 이번 외감법 개정은 회사 경영진과 외부감사인은 그 책임의 정도가 다른데 모든 책임자에게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반하고 상대적으로 자력있는 회계법인에 소송이 집중됨에 따라 회계법인의 파산을 초래한다는 공인회계사업계의 지속적인 청원에 따른 것이다 . 이러한 비례책임제 도입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투자자 보호의 문제는 저소득투자자에 대한 예외조항이나 추가배상제도 등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부실감사소송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 대부분 화해로 소송이 종결되는 미국과는 달리 3심 절차까지 거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례책임제의 도입은 현저한 재판절차의 지연 및 복잡화를 가져와 현실적으로 부실감사에 따른 소송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 뻔하며 이는 투자자보호의 현저한 후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

비례책임제는 원고들에 의해 책임주체로 지목된 피고들은 물론 피고로 되지 않은 책임 주체들간에 책임을 분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소송 과정에서 책임이 있을 것으로 지목되는 자들의 수가 많을수록 각 피고의 배상비율은 줄어들게 되는 효과가 있다 . 예를 들어 원고가 입은 손해액이 1억원이고 법원이 판단한 원고의 기여과실이 40%라고 하자 . 종전의 연대책임제하에서는 분식 회계를 한 피고회사와 회계법인 등이 모두 연대하여 손해액의 60%에 해당하는 6천만원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 원고는 그 중 어느 한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해도 되고 어느 한명의 피고에게 6천만원 전부를 받아내도 된다 . 반면 , 비례책임제하에서는 원고의 기여과실 비율을 제외한 투자금 60%에 해당하는 손해액을 피고들 간에 나누게 된다 . 예컨대 피고회사에 40%, 회계법인에 20%, 이런 식으로 말이다 . 그런데 피고가 된 책임 주체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원고가 피고로 삼지 않았지만 귀책사유가 있는 자 (예컨대 주간사 증권사나 다른 회계법인 , 금융기관 , 법무법인 등 )의 과실을 주장하면 법원이 그 피고의 책임 비율을 적게 인정할 여지가 있다 . 따라서 피고는 다른 피고는 물론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책임 주체의 귀책사유까지도 주장하게 되어 소송이 매우 복잡해진다 . 아무리 원고가 피고를 회계법인이나 발행회사 등으로 제한하더라도 이들의 귀책사유에 따른 책임비율을 정하기 위해서 모든 책임주체의 과실을 따지게 되는 결과가 야기되는 것이다 .

또한 개정 외부감사법은 원고의 소득인정액이 대통령령이 정한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피고의 고의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연대책임을 질 것을 규정하고 있다 . 피고별 자력 수준이 상이할 경우 피고들이 분할채무가 인정되는지 연대채무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원고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 이로 인해 피고에게 연대책임을 묻기 원하는 원고는 자신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이하임을 주장하고 , 연대책임을 지는 것을 피하고자 할 피고 입장에서는 원고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이상임을 주장하며 치열하게 다투게 될 것이다 . 이러한 소득인정액 등에 대한 다툼 역시 소송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

이처럼 기존에는 투자자가 회사의 이사나 회계법인의 분식회계 사실과 그에 따른 귀책만을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 개정 외감법은 과실 있는 피고의 수 , 원고의 소득 수준과 피고의 배상 능력까지 소송상 중요한 쟁점이 되게 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소송 지연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 더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원고가 피고 측이 소지한 증거를 확보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 배상액의 인정도 매우 엄격한 잣대로 이루어지므로 부실감사에 따른 소송제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례책임제의 도입과 이에 따른 소송의 지연은 가뜩이나 어려운 부실감사 소송에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




* 이 뉴스레터에 실린 글은 법무법인 한누리나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법률적인 자문이나 조력을 원하시면 법무법인 한누리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