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사모펀드에 대한 적합성 원칙 배제로 투자자보호 후퇴시킬 우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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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5.30   


2013년 말 기준으로 일반사모펀드의 펀드규모는 140조원,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의 경우 1.8조원,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경우 약정액 기준 42조원을 돌파하였다. 이러한 사모펀드의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추어, 정부는 사모펀드를 더욱 활성화시킴으로서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중소·중견기업 등에게 장기 모험자본 제공을 통한 건강한 기업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명분 하에 지난 2014년 4월 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하였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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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 중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적격요건을 설정하는 동시에 적합성원칙·적정성 원칙과 같은 투자자보호장치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사람은 사모펀드를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일단 사모펀드를 판매할 때는 금융투자업자가 적합성원칙 (투자자의 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한 투자권유를 하도록 하는 원칙)과 적정성원칙 (투자자의 경험 등에 비추어 적정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원칙)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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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자자보호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접근방법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반투자자가 사모펀드에 자유롭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그야 말로 일반투자자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신설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투자자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더 나아가 사모펀드 판매시 적합성원칙이나 적정성 원칙을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규제완화라기 보다는 투자자보호를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오히려 투자자보호측면에서는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투자를 제한하지 말고 사모펀드 판매에 대하여도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모펀드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배제하는 것이 문제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모펀드의 투자자를 일정금액 이상의 투자자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금융투자자산을 보유한 개인 자산가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하여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규정(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투자자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발하였다. 만약 사모펀드의 투자대상에 파생상품, 해외투자상품 등 구조가 복잡한 상품이 포함되는 경우, 일정한 금융투자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도 일반투자자와 동일하게 이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정보비대칭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투자자에 투자금액이 5억 이상의 개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적격투자자는 전문투자자가 아니므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여전히 필요하다.

둘째, 사모펀드의 설립규제, 운영규제 완화로 인해 사모펀드의 활성화되는 만큼 부작용도 염려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번 개정안에서 운용업자의 진입요건과 사모펀드 설립요건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사모펀드의 설립에 있어 유사사모펀드의 난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투자자 광고가 제한적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치열한 영업경쟁 속에서 과대광고나 수익률을 약정하는 등 불법영업행위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사모펀드의 난립과 영업경쟁을 통한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린다면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는데, 오히려 사모펀드의 중개업자나 운용업자의 면책 범위가 넓어지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현재 미국에서도 증권법상 Hedge Fund 자체에 대한 규제는 사모펀드의 활성화를 위해 비교적 약하게 적용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브로커-딜러의 Hedge Fund 영업행위에 대하여 적합성의 원칙(suitability)을 계속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셋째,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이미 전문투자자(국가, 금융기관, 기금, 상장법인, 전문투자자로 신고한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억원 이상인 개인, 100억원 이상인 법인 등)에 대하여 고객조사의무,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에 대해 면제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일정금액 이상의 투자자에 대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면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의 설립, 자산운용 등에 있어 많은 규제들이 폐지되거나 완화되어 사모펀드 시장의 활성화에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진정한 자본시장의 발전은 투자자를 안전하게 보호함으로써, 투자자가 믿고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논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과의 이해상충을 숨기고 금융투자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였다가 손실을 입히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위반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자의 신의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볼 여지가 있다.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볼 여지가 있다.

【김병석 변호사 bski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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