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상 제도인 미국의 퀴탐(Qui Tam) 소송에 대한 소개
공익신고 제도의 핵심 요소인 퀴탐 소송에 관하여
퀴탐(Qui Tam)은 ‘왕의 이름으로’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이다. 퀴탐 소송은 미국 남북 전쟁 당시 군수품 업자들의 저급품 조달 사기를 저지할 목적으로 1863년에 제정된 부정청구금지법(False Claims Act, 링컨 대통령이 서명을 해서 일명 ‘링컨법’으로 불리기도 한다)을 시초로 하여, 1986년 주요 개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퀴탐 소송은 국가재정의 낭비를 초래한 위법행위에 관하여 국가를 대신해서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고발자가 익명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한 경우 승소금은 국가에 귀속되고, 내부고발자는 그 승소금 중 일정 비율을 보상금으로 받는 제도이다. 이후 제정된 내부고발제도들의 토대가 된 부정청구금지법상의 퀴탐 소송은 증권, 조세, 환경 등 다른 영역에서 부정부패, 내부비리, 예산낭비 등의 위법한 행위를 처벌하고 부정하게 얻은 이익을 환수하여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발전하였다.
미국의 퀴탐 소송의 특징 3가지
첫째, 퀴탐 소송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각종 부정부패, 탈세, 기업범죄 등의 위법행위가 내부인의 고발 및 폭로로 인하여 외부로 드러나도록 만든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부정행위자 및 그 관계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이 내부고발자로 인하여 적발되고 제재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효용이 큰 제도이다.
둘째, 퀴탐 소송을 통하여 내부고발자인 일반 시민이 연방정부를 대신하여 익명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연방정부와 법무부가 내부고발자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내부고발자가 독립적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어 더욱 적극적인 감시와 법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퀴탐 소송을 제기한 내부고발자에 대하여 법적 보호와 경제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기업이나 조직의 내부기밀을 외부로 폭로하는 일인만큼, 내부고발자들의 신상 정보 등이 노출되어 있다면 내부고발자들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퀴탐 소송에서는 신상 정보 비공개, 부당한 처우 금지 등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고, 소송당사자 이름도 익명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나아가, 금전 보상의 규모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부정청구금지법 및 탈세/자금세탁 규율 법은 환수이익의 최소 15%, 최대 30%까지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며, 해외부패방지법, 상품거래법 및 증권거래법은 10%~30%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현재까지 내부고발자 1인에게 지급된 공개된 보상금의 최고액은 스위스 불법 역외 은행 거래 내부고발 사건에서 1억 4백만 달러(약 1,680억 원)이다. 이처럼 보상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들은 유능한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조력을 얻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공익적 내부고발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이다.
미국에서 퀴탐 소송의 활용
퀴탐 소송 제도를 통하여 내부고발자에 대하여 확실한 신변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에 따라, 퀴탐 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고, 이를 통한 미국 정부의 부당이익 환수액도 급증하고 있다. Kohn 변호사가 정리한 아래 차트는 부정청구금지법의 1986년 수정안이 시행된 이래 미국 법무부가 환수한 부당이익의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중 붉은 선이 내부고발자의 퀴탐 소송 제기로 환수한 부당이득 규모인데, 2019년 기준으로 총 447억 달러(약 53조 6,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파란 선으로 표시된 다른 사건의 173억 달러(약 20조 7,600억원)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인의 미국 내부고발 제도 이용 가능성
미국의 내부고발 제도는 미국인은 물론 한국인 등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부정청구금지법 이외에도 국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는 해외부패방지법, 증권거래법, 상품거래법, 자금세탁을 규율하는 연방세법 등이 있다. 위 제도들 모두 보상금 지급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증권거래법과 해외부패방지법상 내부고발제도의 집행 기관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해외부패방지 내부고발 사건 조사를 지휘하면서 내부고발자의 국적 및 거주지, 원정보가 해외에서 제공되었는지 여부, 증권법 위반행위가 해외에서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은 내부고발 및 보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였다. 실제로 증권거래위원회는 2014년 원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인 외국인에게 3천만 달러(약 360억원)에서 3천 5백만 달러(약 420억원)를 지급하였다.
이와 같은 외국인에 대한 보상금 지급은 해외에서 발생한 뇌물, 부패 사건 등의 공익신고를 이끌어 냈고, 그 결과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22개국에서 3,792명이 미국에서 공익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점
우리나라에도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청렴한 공직사회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신고자가 부패행위 신고를 하여 현저히 공공기관에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거나 손실을 방지한 경우 또는 공익의 증진을 가져온 경우에는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 증대, 비용 절감 및 이에 따른 법률관계가 확정된 때에는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전력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고객기준부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전력거래정산금을 부당하게 가로챈 전력수요관리사업자를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금 1억 2,61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하게,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청구 등을 금지하고 부정청구 등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제정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약칭: 공공재정환수법)이 있으며, 이는 2020. 1. 1. 부터 시행되었다. 공공재정환수법에 따라서도 신고자는 공공기관에 현저한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거나 손실을 방지한 경우, 또는 공익을 증진한 경우에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부정이익 등이 환수되거나 제재부가금이 부과되어 공공기관의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에 기여한 경우에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두 법 모두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신분보장, 신변보호, 비밀보장, 책임감면 등 법률 내 구체적인 보호절차를 마련해두고 있고, 공익 신고자의 한층 두터운 보호를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퀴탐 소송에 비하여 공익신고자의 금전적 보상의 규모가 적고 아직 관련 규정의 명확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패행위 공익신고 사건으로 지급한 보상금은 2019년 기준 총 187억원으로 여전히 적은 규모이며, 개별 사건의 보상금에 제한이 없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대 30억원을 넘을 수 없다. 또한, 퀴탐 소송과 같이 공익신고자가 직접 부정, 위법행위에 대하여 익명으로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뇌물 등 부정부패, 탈세, 보조금이나 연금 등의 부정수급, 공공입찰담합과 같은 각종 기업범죄 등으로 인한 국가재정의 낭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 내막을 잘 알고 있는 내부자의 공익신고는 그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여되는 정부재정의 투명한 운영 및 기업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공익신고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퀴탐 소송 제도를 통한 부당이익 환수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주연 변호사 juyeon.kim@hnrlaw.co.kr ; 안재경 인턴(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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